이미지 크게보기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 센터장(외과 교수)이 유방암 환자에 대해 유방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대여성암병원 제공

여성 암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가 암 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999년 4만3438명이었던 여성 암 환자 수는 10년 만인 2009년 9만3337명으로, 115%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남성 암 환자 수는 5만7594명에서9만9224명으로 72%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1999년 남성과 여성의 암 환자 수 차이가 1만4000여 명에 이르렀지만 2009년에는 5000여 명 선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여성 암 환자의 빠른 증가는 갑상선암과 유방암 환자의 급증세와 맞물려 있다. 갑상선암은 2000년대 들어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 2009년에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초로 위암을 제치고 국내 암 환자 수 1위(3만1977명)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갑상선암은 환자의 84%(2만6815명)가 여성일 만큼 여성에게 빈번한 암이다. 여성 암 환자의 증가는 곧 갑상선암 환자의 증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와 함께 유방암은 최근 10년간 약 3배 정도 증가할 만큼 국내에서 높은 발생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처음으로 1만 명의 환자를 넘은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09년에 1만3399명의 환자가 발생, 주요 암 중 여섯 번째로 잦은 빈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위암이나 대장암 등 주요 암이 50대에 많이 발병하는 것과 달리 유방암은 이보다 젊은 40대 여성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갑상선암과 유방암은 여성 암 가운데 현재 나란히 발생률 1, 2위를 차지하며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는 국내 유일의 여자 의과대학 부속병원인 이화여대의료원이 이렇듯 빠르게 늘어나는 여성 암 환자에 대한 전문적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9년 설립한 곳이다. 그만큼 여성 친화적인 진료 시스템과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파스텔 톤의 벽지와 여성을 모델로 한 많은 벽화, 따뜻한 느낌의 조명 같은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였다. 센터는 인테리어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어 치료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호텔 로비와 같게 꾸며 놓았다. 암 환자들은 병원에서 풍기는 차가운 느낌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기 마련인데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의 장점은 암 진단 후 1주일 이내에 검사와 수술까지 이뤄지는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 질환은 진단과 검사, 치료 등의 절차가 천천히 진행된다. 진료와 검사에 4~6주가량이 소요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재차 병원을 방문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일쑤다. 대형병원의 경우 수술일정이 밀려 1~2개월 후에 수술날짜를 잡는 것도 부지기수다.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는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영상의학과와 종양내과 전문의와의 협진을 강화, 당일 진단과 검사가 이뤄지게 했고 수술도 1주일 내로 마무리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센터는 이런 신속한 진료 시스템을 통해 개원 3년여 만에 입원 환자수가 8배 이상 급증하고, 암수술 건수 역시 7배 이상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병인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암 의심 환자의 경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려움 때문에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며 “특히 자녀가 있는 40~50대 여성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한데 검사나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는 최신 첨단장비를 잇달아 도입해 암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최첨단 유방 촬영기인 ‘디지털 3차원 맘모그라피(Mammography)’를 도입하기도 했다. 한국 여성은 서양 여성에 비해 유방 부위에 지방보다 유선조직이 풍부해 2차원 영상 촬영 시 유선조직과 암세포 모두 하얗게 드러나 암세포가 잘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3차원 맘모그라피는 유방을 1∼5㎜ 간격으로 연속촬영을 해 영상을 구현하기 때문에 이런 단점을 극복한다. 센터는 이외에도 역시 국내 최초 도입한 최첨단 영상 진단 장비 ‘128채널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CT)’와 듀얼 플래시 128 채널 컴퓨터단층촬영기(CT), 유방 감마스캔 등 첨단 진단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치료 후 회복 단계에서도 여성을 위한 배려가 이어진다. 이대여성암병원에는 여성암 환자 전용의 ‘레이디 병동’이 운영돼 환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레이디병동은 센터처럼 호텔식 인테리어를 갖추고 다인실임에도 입원 환자별 냉장고, 전화기가 설치된다. 아울러 센터는 여성 환자들이 입원 기간 동안뿐 아니라 퇴원 후에도 센터에서 운영하는 ‘텃밭 가꾸기’나 등산 동호회, 봉사 동호회 같은 야외 활동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문병인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암 극복은 치료만큼이나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이 중요하다”며 “가정에 주로 머무는 주부의 경우 야외 활동의 기회를 갖기가 어렵기 때문에 센터에서 나서 동호회 가입을 연계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런 여성 맞춤형 치료 서비스를 바탕으로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병원 특성화 연구센터 지원 사업’에 선정돼 여성암과 관련한 특성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은 “유방암·갑상선암센터와 부인암 센터에서 축적된 임상 지식에, 여성암 정복 특성화 연구센터와 이화융합의학연구원에서 나온 연구 성과가 더해져 이대여성암병원이 국내 여성 암 치료의 본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