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마트 납품 농민도 ‘못살겠다’ 22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반대집회에서 대형마트 납품업체 직원들이 직접 농사 지은 배추와 무 등을 바닥에 집어던지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정치권의 대형마트 규제 강화 추진에 항의하고 있다. 대형마트 농어민·중소기업·임대상인 생존대책위원회 제공

“지금 일본에서는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실시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소비자들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는 대형마트 납품업자 등으로 구성된 ‘대형마트 농어민·중소기업·임대상인 생존대책위원회’ 회원 3000여 명이 모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폐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이 “유통악법 철폐하라” “포퓰리즘 개탄한다” 등 생존권 사수 구호를 부르짖는 동안 인근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평소와 다름없이 쇼핑객들로 붐볐다. 주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중국인과 서양인 관광객도 곳곳에서 보였다. 매장 안 고객 중 50∼60%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날 매장 안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하코다 고지(51) 씨는 “한국에 관광 오는 목적 중 하나가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것인데 막상 찾았을 때 문이 닫혀 있다면 대단히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도 그렇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불편함도 충분히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장 안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맛보고 즐거워하거나 판매대에 진열돼 있는 상품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카트에 담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비록 주말만큼은 아니지만 계산대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카트 안에 한국 라면과 차, 과자 등을 가득 싣고 가던 일본인 관광객 아라카와 요스케(40) 씨는 “대형마트 강제휴무는 지금 일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밖에서 집회를 하는 납품업자들의 심정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다카기 미호(여·27) 씨도 “한국에 관광 와서 대형마트를 찾았을 때 문이 닫혀 있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국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지 않겠느냐”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매장 안 마트직원 및 입점업체 직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유통법 개정안에 부정적 의견을 전해왔다. 한 입점업체 직원은 “지금 당장에라도 밖에 나가 집회 행렬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