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내남자 내여자. 꼭 붙어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데이트 계획 세우기에 고민하고 누군가는 깜짝 놀랄 만한 곳으로 데려다 주길 내심 갈구한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늘 같은 길만 쏘다니는 뚜벅이 청춘들. 남들이 말하는 데이트 장소를 기초부터 닦았지만, 이제 심신은 피곤하고 뭘 해야 즐거울지 고민이 시작된 무료한 커플들. 남들보다 튀는 연애를 해보고 싶은 럭셔리 연인들을 위해 三色 데이트를 소개한다.

짠돌이 데이트

궁궐 어디까지 가봤니 경복궁·창덕궁은 입장료 3000원, 창경궁·덕수궁은 1000원으로 즐길 수 있다. 자칫 고루해 보이지만 아는 게 없으면 더욱 적막한 곳. 시간에 맞춰 무료로 진행되는 궁궐 해설에 참가하면 심심하지 않은 데다 개념있는 애인도 될 수 있다. 즐길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커플은 폐관시간까지 한적하고 알뜰()하게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고궁을 즐기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도시락 카페’로 유명한 종로구 통인시장에 가보자. 먼저 500원 단위로 엽전을 구입한다. 두둑한 엽전을 들고 시장내 먹거리 점포를 돌며 원하는 메뉴대로 골라담기만 하면 반찬구입 끝. 다시 카페로 돌아와 밥과 국은 남은 엽전으로 사서 먹으면 된다. 김치는 공짜이고 국은 매일 바뀐다. 엽전은 10개만 구입해도 한끼 식사로는 든든하다.

날씨가 쌀쌀하고 시장을 돌아다닐 힘도 없다면 당일 만든 음식으로 구성한 ‘세팅 도시락’을 먹으면 간편하다. 먹을거리 많은 광장시장도 돈없는 연인에겐 천국. 마약김밥에서 떡볶이 순대 잔치국수를 비롯해 육회까지. 연인의 까다로운 입맛도 단시간에 만족시킬 수 있다.

배를 달랬으니 품격높은 공연 한 편 저렴하게 감상하자. 세종문화회관에서 마련한 ‘천원의 행복’공연이 제격. 국내외 수준높은 아티스트의 공연을 단돈 1000원으로 만끽할 수 있다.

입장료마저 아깝다면 도심 속 개울 청계천에서 애정을 쌓아보자. 물건 파는 곳이 없으니 돈 쓸일 없고 낮에 정겹고 밤엔 조명이 어우러져 낭만데이트에 좋다. 날씨가 추워 청계천 데이트도 싫다면 우아하게 서점이나 도서관 데이트도 좋다. 좋아하는 책 한권씩 골라 읽은 뒤 도서관을 나서며 나누는 독후감은 덤이다. 또 청와대 사랑채를 관람하거나 방송사 공개방송을 즐기는 것도 이색적이다. 가든파이브에서 진행하는 무료공연·전시도 볼 만하다.

힐링 데이트

자연이 숨쉬는 숲에서 지친 우리를 위로받자. 가까운 곳으로 서울숲이 있다. 다양한 꽃길이 사계절 아름답지만 특히 겨울 눈내린 모습이 일품이다. 연인끼리 러브스토리의 한장면을 연출해도 눈치 줄 사람이 없다. 게다가 멀리 동물원에 가지 않고도 꽃사슴, 토끼 등을 볼 수 있어 좋다.

북서울 꿈의숲도 수경정원, 사슴공원, 폭포 등을 즐길 수 있고 노란빛이 매혹적인 원당종마공원 은행나무 숲과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양재 시민의 숲도 심신을 맑게 하기에 좋다. 은행나무 찾으러 교외로 멀리 가기도 귀찮다면 정동길을 걷자. 오랜만에 돌담길을 돌아 구석구석 예쁜 카페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면 지친 몸에 기운이 팍팍.

연인이 동물을 좋아한다면 경마공원이 제격. 서울경마공원은 경마가 열리는 주말엔 입장료가 1000원이고 주중엔 무료다. 마음을 정화시키는 리프레쉬 동산에 가면 가족토피어리원, 포토존, 야생화·무지개정원 등이 있고 레저동산에선 경마·승마체험을 할 수 있어 1석2조다. 인근에 서울대공원 동물원도 있으니 함께 둘러봐도 좋다.

움직이면 배가 고프다. 몸에 좋은 데이트이니만큼 샐러드바나 채식뷔페를 찾아보자. 패스트푸드와 고기위주의 식단에 지친 연인의 몸을 웰빙식단으로 챙겨주고 사랑도 받는 코스다.

몸에 좋은 채소를 잔뜩 먹고나면 슬슬 졸음이 밀려온다. 추운 날씨를 피할 수 있는 찜질방이나 커플 스파가 마지막 코스. 꽃잎을 띄운 욕조에 지친 몸을 담근 뒤 등 목 어깨 다리로 아로마 마사지를 받는다. 얼굴에 천연팩을 올리고 스르륵 짧은 단잠을 자고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1인당 5∼6만 원에서 단계별로 가격은 천차만별. 미리 쿠폰을 챙기는 등 인터넷 정보검색이 만족도를 높여준다.

이밖에 애견카페에서 강아지들과 유쾌한 시간을 보내거나 도자기 체험을 하는 것도 좋다. 또 마포대교에서 자살방지 문구를 함께 읽으며 다리를 따라 걸으면 마음이 정화되고 건강도 챙길 수도 있다.

럭셔리 데이트

차곡차곡 모아온 데이트 비용으로 ‘통큰 스타일’데이트 해볼까. 오전에 만나 호텔 브런치를 쏴라.

6만 원∼10만 원이면 셰프가 메뉴를 설명해주고 샴페인도 즐길 수 있다. 에피타이저와 디저트 등 뷔페식 코스 스타일로 즐기면서 연인의 눈에 하트를 그리게 할 수 있다. 샌드위치에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연인을 최고로 대우한다는 느낌을 준 것만으로도 본전 이상이다.

브런치를 먹었으니 오후엔 한강에서 요트를 타자. 미리 식사를 하지 못한 커플은 바로 요트에 탑승한 뒤 코스요리를 즐겨도 좋다.

유람선처럼 바글바글한 곳이 아닌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게 요트의 장점이다. 프로포즈를 받을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도 함께 하라. 20여만 원만 내면 요트를 1시간동안 단독으로 빌릴 수도 있다.

어둠이 살짝 깔린 한강에 떠있는 요트엔 선장을 빼곤 사랑하는 사람 둘 뿐. 케이크, 꽃다발, 영상편지 등 원하는 프로포즈를 할 수 있다. 친구들도 탑승 가능하니 미리 알아봐야 한다.

한강 위에서 즐기지 못했다면 한강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출렁이는 야경과 맛있는 음식에 사랑은 깊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나의 연인을 스타로 만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 온다. 30여만 원이면 수입 리무진이나 연예인이 타는 고급밴을 빌릴 수 있다.

차량내부 미니바에서 음료를 즐기며 서울 시내를 한바퀴 돌면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고, 연인의 키스도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최상의 데이트를 하기에 서울 시내가 비좁다면 럭셔리 열차여행은 어떨까.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운영하는 고품격 기차여행 ‘해랑’은 3일짜리 전국일주 ‘아우라’여행과 동남부권 2일 ‘해오름’ 서남부권 2일 ‘씨밀레’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2인 스위트 객실은 아늑하고 식당칸과 라운지는 고급스럽다. 창밖 풍경 뿐 아니라 승무원들의 아카펠라와 마술쇼 연주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커플이 1박 2일 해오름 디럭스룸 여행시 128만 원 가량이다.

윤철호 기자 yuntop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