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8일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정치 개혁이든, 혁신이든, 쇄신이든, ‘새 정치’든, 정치권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그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안 후보는 지난 9월19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낡은 정치’ 타파를 명분으로 삼지 않았던가.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에 이번 선언에도 불구하고 새 정치를 향한 진정성도, 참신성도, 실천의지도 발견하기 어렵다.

첫째, 대부분이 그동안 제안·시도돼 오던 내용들이다. 그나마 안 후보가 제기한 의원정수 100명 축소, 강제당론 폐지 등은 ‘조정’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버렸다.

둘째, 민주당은 제1당 혹은 제2당으로서 국회의원 특권을 늘리는 데 앞장서왔음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반성과 자책(自責)이라도 있어야 했다. 4·11 총선 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버티면서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린 당사자가 누구인가. 국회의원 연금과 온갖 혜택의 확대, 2000억 원대의 호화 의원회관 신축을 추진하고 비리·저질·폭력·종북 의원의 퇴출을 누가 막았나. 이런 책임을 선언문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문 후보 측이 “반성문이라도 쓰란 말이냐”며 반발해 실패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는 새 정치가 가능하지 않다.

셋째, 근본적 문제는 새정치를 외치는 순간에도 국회에서는 최악의 구태(舊態)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년 예산안 처리를 오는 23일까지 마무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지만 19일 오전까지 예결위 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투표시간 연장’을 선거 전략으로 삼아 상임위를 공전시키고, 가두 정치도 불사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고 하는 문 후보의 말처럼 거창한 선언보다 구체적 내용과 작은 실천에 진정성이 달려 있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 쇄신 공약이 휴지조각이 되는 일은 수없이 되풀이돼 왔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장이 지난 12일 대선 전에 한 가지라도 법제화하자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문·안 진영이 실천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새정치선언이 후보 단일화라는 대선 전략을 분칠하고, 국민을 기만하기 위한 수단일 뿐임을 자인하는 일이다. 작은 실천이 새 정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