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 해리 덴트·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앞으로 10년은 각오해야 한다.’

세계적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국과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문제가 지구촌 곳곳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들이 퇴직 후를 대비해 모아 놓은 돈이 충분하지 않다. 이들 삶의 패턴은 소비에서 저축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집이 모자라는 저축을 대신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도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사가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 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이 지수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100% 이상 급등한 뒤 2010년 말 현재 고점 대비 60% 떨어진 상황이다.

세계적인 경제예측전문가인 저자는 향후 10년은 매우 혼란스러우면서도 도전이 거세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 퇴조로 미국 경제가 2020년까지 하강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미국 경제 호황을 정확히 예측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해 거시경제를 조정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저자는 경제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사람들의 소비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재의 위기를 피하려고만 하는 것은 무분별한 일이다. 신체든 환경이든 문화든 혹은 경제든 무엇이든 과잉이나 거품을 겪은 다음에는 반드시 자연스러운 ‘해독 과정’ 혹은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이 과정을 미루기 위해 더 강력한 마약과 같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써왔다”며 “이런 접근방법은 우주와 자연계는 물론 경제를 움직이는 모든 자연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책에 따르면 유례가 없는 미국 부동산 버블과 신용 버블에 따른 후유증으로 부채를 줄여 나가는 과정이 계속 이어지면서 경제는 당분간 계절상 겨울과 같은 추운 조정기를 지날 수밖에 없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완화해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책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세상과 다른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과 기업이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전략도 소개한다. 대폭락에 대비해 자금을 보존해야 하며, 불황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빚 사용법’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부채를 줄여 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이다.

책은 예리하고 비판적인 분석과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경제학의 기본 가정들이 갖고 있는 허구를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정부가 경제문제에 대해 개인과 기업에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정부는 완만한 물가상승률을 기대하면서 ‘끓는 물속의 개구리’효과를 기대한다는 것. 서서히 끓는 물속 개구리처럼 대부분 사람들이 물의 온도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불평도 하지 않는 상황 말이다. 경제적으로 개인들이 계속 구매력을 상실해 가는 것처럼 개구리도 점점 죽음에 다가간다.

문제는 세계 경제계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국은 이번 경제 버블에서 마지막으로 터져야 할 버블이라 말한다. 속으로 곪고 있는 중국 경제의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 중국 경제도 급격하게 추락한다는 시나리오다. 위기란 언제나 그렇듯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진전되다 갑작스럽게 폭발하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평가하면서 한국 경제 미래에 대해서도 어두운 전망을 던진다. 한국 증시는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50%가량 폭락하며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 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의 주택 가격 역시 50%가량 하락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미국, 중국 등의 장기침체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들의 사정은 어떨까. 신흥국들은 성장 페달을 계속 밟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진단에 따르면 신흥국들은 인프라 투자 지출과 내수 소비에 있어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처해 있다. 책은 “중국 경제의 버블이 터지면 중국에 원자재와 에너지를 공급해 왔던 아시아와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도 잇따라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다가올 위기의 시대에 꼭 지참해야 할 구명조끼와 같은 책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