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종합정책공약 및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가계부채 공약이 줄줄이 발표된 것과 관련해 경제 전문가들은 12일 “재원 대책이 빠지거나 부실한 공약들로 나랏빚과 국민 불신만 늘릴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현직 경제부처 장·차관 및 경제학자 등 경제 전문가들의 모임인 건전재정포럼의 강봉균 대표 등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별로 많게는 100조 원 이상이 들어가는 정책공약에 ‘재정 소요 추계’나 ‘재원 마련 대책’이 다 빠져 있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들 공약에 대한 재원 대책을 받아내고, 기획재정부가 관련한 평가자료들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법안 하나를 발의하더라도 예산 소요 내역이 담긴 재원조달계획서를 반드시 첨부하게 돼 있다”며 “하물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공약이라면 당연히 중앙선관위가 정식으로 재원에 대한 내용을 (대선 주자로부터) 받아야 하고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 대표는 이어 “현재 재정부는 공약에 필요한 예산액을 정확히 추정할 수 있지만, 중앙선관위와 대선 주자들이 재정부의 발표를 막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매니페스토 선거를 위해 중앙선관위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건전재정포럼의 다른 경제 전문가들도 “4·11 총선 당시 쏟아져 나왔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복지공약도 각각 연평균 8조 원, 24조5000억 원의 재원 대책이 부족했는데, 이번 빅3 후보들의 대선 공약은 더 부실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18조 원의 기금을 만들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겠다’는 박 후보의 공약에 대해 “금융기관이 손해를 무릅쓰고 기금에 참여할 일은 없다”면서 “결국 정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종합정책공약에 대해서도 “경제에 공짜는 없으며, 누가 덜 부담하면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더 부담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