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여·29) 씨는 자신을 비방하는 이른바 ‘악플(악성댓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씨는 지난 4월 유명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렸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해당 악플을 무시하려 했지만 입에 담을 수 없는 육두문자와 박 씨가 다니는 회사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이런 무능한 사원을 데리고 있는 회사의 질이 의심스럽다” 등의 인신공격까지 하자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박 씨는 집 근처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신고해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그는 며칠 후 경찰로부터 “해당 댓글이 스마트폰으로 작성돼 누가 작성했는지 밝혀내기 어렵고 처벌도 안 된다”는 뜻밖의 대답만 들었다. 댓글 작성자는 박 씨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후에도 계속 악플을 달고 있다.

연예인 자살 등 인터넷 악플로 인한 명예훼손 신고가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악플을 올릴 경우 추적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달 경우 일반 컴퓨터와 달리 와이파이(Wi-Fi), 3세대(3G), 롱텀에볼루션(LTE·고속무선데이터 패킷 통신) 등 접속방법이 다양해 인터넷주소(IP) 추적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웅혁(범죄심리학) 경찰대 교수는 “경찰 수사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스마트폰으로 다는 악플에 대해 IP 추적을 못하고 검색 금칙어 설정도 안 되는 등 모바일 명예훼손 범죄에 대해 구멍이 뚫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