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격 국가대표 시절의 이은철. 문화일보 자료사진

2000년 시드니올림픽. 결승전을 하루 앞둔 ‘그날 밤’.

금메달 유망주로 촉망받고 있던 강초현 선수의 점수는 400점 만점에 380점 대를 오가고 있었다. 평소 훈련 때보다 10점 이상 떨어지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400점 만점도 쐈던 ‘아이’였다. 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은철 ‘선수’는 안타까웠다. 어릴 때부터 총을 잡고 살았던 이 선수는 알고 있었다. 현지 날씨며, 습기 등의 요인으로 총은 변한다. 그 환경에 맞게 총을 조절해줘야 하는데 경험이 많지 않았던 강초현 선수는 이를 간과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 총은 감독이라도 절대 건드릴 수 없다. 상황을 설명하고 간신히 코치진을 설득해 초현이의 총을 조정해 줬다.

그 덕에 다음날 결승에서 점수가 올라갔다. 강초현 선수는 자랑스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은철 대표는 “강초현 선수의 은메달이 금메달 딴 것보다 더 기뻤다”고 했다. “인생이 성공할 수 있도록 누군가를 도와주는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희열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둘은 의남매를 맺었다. 강초현 선수는 이은철 대표가 장학재단을 만들겠다는 ‘제2의 꿈’을 갖게 만들어 줬다.

“코치진이 땀을 흘려 초현이 실력을 거기까지 올려놨죠. 난 그것을 그저 ‘톡’ 건드렸을 뿐인데 활짝 피어난 거예요. 그것을 보고 소년소녀 가장들도 이렇게 ‘톡’ 건드려주기만 하면 잘할 수 있는 애들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장학재단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이 대표가 한국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후학양성’이라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다른 사람을 도와 인생을 변화시켜 주는 일, 인생에 뭔가를 부여해서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자기욕심과 좋은 일을 일치시키면 좋은 것 아닌가요? 장학재단을 만들자는 목표는 그렇게 해서 생겼습니다. 그런 용기를 갖게 해 준 초현이에게 오히려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는 후배들이 너무 고맙다. “우리나라 사격이 빠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진종오, 김장미 같은 천재적인 선수들과 함께 감독, 코치진이 투명하게 선발돼 큰 역할을 해 줬기 때문”이라며 “열정이 있을 때 도태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비인기 종목에 투자해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되면 그 기업제품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활용하는 차원에서라도 비인기 종목에도 명문구단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너무 작은 예산으로 너무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나라입니다. 도중에 은퇴하는 선수들도 제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이 돼야 하고 운동하는 아이들도 제대로 교육시키면서 운동을 시켜야 합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