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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의 1090원선 방어 의지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를 보면 제한적인 하락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경제 위기 때는 통상 환율이 올라간다. 그 예로 외환 위기 때 원화 환율이 달러당 2000원에 육박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섰다.

최근 우리 경제는 ‘6분기 연속 0%대(전기 대비) 성장’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환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거꾸로 원화 가치가 강세라는 의미다. 전 세계가 위기 상황인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의 잇단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좋은 데서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지금의 원화 강세는 다소 비정상적이라는 분석이 좀 더 지배적이다.

◇달러·원 환율, 하루 반등…‘선진국 돈 풀기’ 여전

지난 2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원 내린 1090.90원으로 마감했다. 기준환율(MAR·시장평균환율)은 0.3원 오른 1090.9원을 기록했다. 장중 고가는 1092.5원, 저가는 1090.6원으로 변동폭은 1.9원에 불과했다.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합친 거래량은 45만1900억 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은행권은 “시장이 매우 한산해지면서 개입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을만한 것도 포착되지 않았다”며 “일단 다들 숏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한 모멘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고용지표가 잘 나온다고 해도 달러·원 환율에는 제한적인 하락 압력을 미칠 것”이라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고개를 들면서 이머징 국가 통화의 강세가 이어질 수도 있지만, 미국 금리 상승으로 대내외 금리 차가 줄어들면서 달러 강세를 견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의 환율을 끌어내린 가장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돈 풀기’로 해석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제 규모 자체가 열 배 이상 차이 나는 미국이나 일본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자칫 가계 부채 악화 등의 부작용만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럴 때는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맞불 작전’을 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라 무리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3월 988개 수출기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사업 계획을 짤 때 대기업은 환율을 평균 1098원, 중소기업은 1106원으로 계산했다. 이미 이 선은 깨졌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2007~2008년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뤘던 시점의 환율이 달러당 980원이었던 만큼 아직은 좀 더 버틸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환율 하락이 수입물가를 끌어내려 소비에 도움을 준다는 이론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포인트 하락하면 6~9개월 뒤 소비자물가는 0.12% 포인트 떨어진다. 하지만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1000조원이 넘는 가계 빚에 짓눌려 물가가 떨어져도 (경제주체들이) 지갑을 열 여력이 없다”면서 “환율 하락에 따른 내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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