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오히려 민주당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민주당이 박 후보의 ‘여성성’을 두고 공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면서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12월 대선 이슈로 급부상한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이 맹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여성표를 결집시켜 박 후보를 도와주는 효과만 나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박 후보 측이 ‘여성 대통령이야말로 정치쇄신’이라며 이미지 전환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보다 현실적인 대응 전략으로 접근하지 않을 경우 공세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김상희·남윤인순 민주당 의원 주최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 대통령, 젠더정치를 말할 수 있는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박 후보 측의 ‘여성 대통령론’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한목소리로 민주당의 대응전략을 비판했다.

정미애 한국정치학회 여성분과위원장은 “박 후보는 여성이지만 여성성이 부족하다는 야당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며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이미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의 표상이 돼 버린 상황에서 계속 ‘여성성이 없다’는 논리로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자가당착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일반 여성 유권자들이 여성 대통령론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새누리당은 2030 여성의 5%만 움직여도 큰 성과라고 자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몰성(性)인지적’이고 ‘남성적’ 리더십을 구사하지만 여성적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게 박 후보”라며 “여성 리더십과 여성주의 리더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진옥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상임연구원은 “민주당이 박 후보를 공격하는 근거들은 사실 과거 추미애 민주당 의원에게 많이 가해지던 비판으로, 상당수 민주당 내 여성 의원들에 대한 공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박 후보를 지지하는 50∼60대 여성들은 기존 정치판에서 배제된 집단으로 ‘나는 무지해서 정치를 못하지만 박 후보를 통해 정치를 할 수 있고 박 후보가 여성이어서 더 친숙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찌됐든 여성 정치의 이정표를 보여주는 게 박 후보임은 분명하다”며 “민주당이 좀 더 여성적인 전략과 정책들을 의제화해 맞서야 하는데 눈에 띄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허성우 성공회대 실천여성학 주임교수는 “박 후보의 어록을 담론분석해 보면 ‘여성 대통령’은 오래 준비된 정치 프로젝트는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지만 개혁 진영에서 ‘생물학적 여성’이라고 공격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박 후보는 희생적 어머니 리더십을 내세우며 국가 발전, 성장주의와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여성 대통령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버린 것 같다”며 “같은 여성 대통령론이라도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논쟁을 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4·11 국회의원 총선거’ 당선자 기준 새누리당은 전체 152명 중 여성 의원이 17명(11.2%), 민주당은 127명 중 24명(18.9%)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