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하나로 승부하는 벤처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에서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줘야 합니다.”

올해 3월 설립한 벤처기업 엑센의 김준웅(36) 대표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벤처기업이 기술을 개발한 뒤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3년간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마케팅과 재무 지원 등을 받지 않고 기술 벤처들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일본의 경우 정부가 반드시 성공할 것 같은 기업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기초기술 발전을 위해 시장에서 죽을 수 있는 벤처기업도 과감하게 지원한다”며 정부의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물론 정부의 자금 지원이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무한정 벤처기업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기초과학과 제조업 발전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선진국은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와 사회에서 제공하지만 우리나라는 잘나가던 벤처도 한 번 고꾸라지면 대표는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고 만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한 기술 벤처들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정책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문턱도 너무 높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엑센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은 편이었지만 회사 운영비가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8월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으로 받은 상금 5000만 원도 운영 경비로 들어가고 있다.

그는 “낙스(NOx) 센서 상용화를 위해 앞으로 2년 동안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상용화된 ‘공기 질 측정기’판매를 통해 벌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기 질 측정기는 학교나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이산화탄소(CO₂) 등 유해가스를 측정해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말한다. 김 대표는 이 제품에 ‘에어 워치(Air Watch)’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 대표는 다른 벤처 창업가들에 대한 충고와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데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재무, 마케팅 등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확신을 갖고 긍정적인 사고로 임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후배 청년창업가들에게 당부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