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어린이 식생활 개선교실’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농협 쌀박물관에서 엄마와 함께 요리실습을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요리하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요. 커서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섯 살 김하음 양이 손에 으깬 달걀을 잔뜩 묻힌 채 두부에 정성스럽게 밀가루를 입혔다. 옆에 슬라이스 치즈와 고기 패티도 예쁘게 썰어놓았다. 난생 처음으로 달걀을 깨서 그릇에 담아 숟가락으로 저어보면서 아주 뿌듯해했다. 칼질하는 게 위험할까봐 조마조마하며 옆에서 지켜보던 하음이 엄마 조현미(29) 씨는 “의젓하게 제법 잘 한다”고 칭찬했다. 조 씨는 “평소 집에서 함께 요리를 만들어서인지 하음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1가 농협 쌀박물관에서 진행된 ‘어린이 식생활 개선교실’에는 ‘꼬마 요리사’ 9명이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강사의 설명에 따라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당일 만들 요리는 ‘두부버거’. 아이들은 우선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놓은 뒤 손으로 양상추를 먹기 좋게 찢었다. 피클과 토마토 역시 먹기 좋게 칼로 썰어놓았다.

장래 희망이 ‘요리사’인 배우리(9·부천 동곡초교 2학년) 양은 자른 오이를 입에 넣으며 “아빠 얼굴에 마사지할 때 붙이는 오이”라며 싱글벙글 즐거워했다. 같이 요리를 만들던 엄마 박민숙(41) 씨는 “저번에도 교육에 참가해 궁중떡볶이와 오색주먹밥을 만들었는데 딸이 또 하고 싶다고 해 신청했다”며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신청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기 패티를 자르는 폼이 제법 전문 요리사 같은 이유신(10·안암초교 3학년) 군과 엄마 정은정(45) 씨도 이번이 두 번째 참가이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평소 집에서 혼자서도 김밥을 만든다는 유신 군의 장래 희망도 ‘요리사’라고 했다.

재료 손질을 끝낸 꼬마 요리사들은 본격적으로 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프라이팬에 지진 두부 위에 케첩과 소스를 바르고 그 위에 양상추와 토마토, 슬라이스 치즈, 고기 패티를 차례대로 얹었다. 재료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이쑤시개를 버거 중앙에 꽂자 먹음직스러운 두부버거가 완성됐다. 이날 식생활 개선 교실에 참여한 아이들은 직접 만든 두부버거를 엄마에게 맛보이며 요리 솜씨를 뽐냈다.

강사 이나영(여) 씨는 “흔히 시중에서 판매되는 햄버거를 정크푸드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식재료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건강한 요리로 변형이 가능하다”며 “특히 채소와 과일을 싫어하는 어린이가 맛있게 먹으면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연구원에서 요리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요리법을 강의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하며 잘 따라온다”고 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7월부터 ‘食(식)사랑農(농)사랑운동’의 일환으로 어린이 식생활개선 교실을 열고 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 농산물이 갖는 소중한 가치를 전달하고, 바람직한 식습관을 만들어줘 어린이들의 건강을 증진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농협과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이 함께 개발한 요리법을 활용해 어린이들이 요리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과 식생활의 중요성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

식생활 개선교실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문을 연다. 참가한 아이와 엄마는 애니메이션 ‘꼬마 장금이의 황금 미션’을 감상하면서 우리가 매일 먹는 콩이 어떻게 생산되고, 밥상에 오르는지를 알게 된다. 또 농부 아저씨가 땀 흘려 쌀과 채소를 가꾸는 과정을 통해 우리 농산물이 왜 좋은지를 깨닫도록 했다. 따라서 건강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려면 우리 농산물을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농협 쌀박물관에서도 우리 전통음식을 만들 수 있는 요리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쌀을 주제로 매주 내용을 바꿔가며 진행하고 있으며, 매회 참가인원을 채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