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빌려 파는 ‘공(空)매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시행 이후 보고 건수의 77%를 이들 외국계 기관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등의 과도한 공매도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노회찬(진보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 시행 이후 8월 30∼31일 196건, 9월 3만2516건, 10월 1∼19일 2만5691건 등 총 5만8403건이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보고 건수는 8월 54건, 9월 2만6091건, 10월 1만8662건 등 모두 4만4807건으로 전체의 76.7%를 차지했다. 내국인은 기관투자가와 개인이 각각 20.2%, 3.1%였다. 공매도란 주식을 기관 등에서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되갚는 것으로, 그만큼의 차익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공매도 세력에 의한 주식시장 교란이 문제가 되자 8월 말부터 공매도 주식 수가 발행 주식 수의 0.01%를 초과하는 투자자에 한해 자신의 인적사항과 투자종목 등을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이 공매도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 노 의원이 올해 1~5월 공매도 상위 종목 중 LG전자와 셀트리온을 분석한 결과, LG전자는 -10.2%, 셀트리온은 -16.5%의 수익률을 보였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7월26일 시가총액이 5조7791억 원이었으나 공매도가 집중되면서 올 5월 기준 시가총액이 3조7085억 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월별 공매도 금액은 6월 3조 원, 7월 3조1000억 원, 8월 2조5000억 원, 9월 2조8000억 원 등 매달 3조 원 안팎에 달하고 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