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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논설위원

격렬했던 중국 권력 암투가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최대의 정치적 스캔들로, 치유하기 힘든 생채기를 남긴 ‘보시라이 사태’도 5세대 지도부를 선출하는 11월8일 공산당 제18차 당대회와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시진핑 국가 부주석과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극적인 삶과 대조적 운명이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부총리를 지낸 당 원로 시중쉰과 보이보의 아들인 둘은 혁명 원로·지도자 자제들인 태자당(太子黨) 소속. 5년 전 ‘4대천왕(天王)’으로 불리며 공산당 총서기 물망에 오른 경쟁 상대였다. 시진핑은 이변이 없는 한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때 스타 지도자로 각광받던 보시라이는 모든 당적과 공직을 박탈당하는 정치적 사형선고에 이어 최근 20년 이상 중형, 처형설마저 거론되고 있다.

무엇이 두 야심가의 운명을 180도로 바꿔놓았을까. 어릴 적부터 시진핑은 온건하고 검소한 데 비해 보시라이는 고집 세고 허세가 심한 편이었다. 부친의 가르침인 ‘후도관용(厚道寬容·후덕한 자세로 관용을 베풀라)’을 실천한 시진핑은 겸손함과 청렴성으로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상하이방을 이끄는 장쩌민 전 주석의 지원과 공청단(共靑團)의 후진타오 주석의 호감을 샀다. 태자당의 영수 쩡칭훙 전 부주석이 5년 전 “각 정파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라며 시진핑을 차기 총서기에 천거했다.

보시라이는 부친의 도움으로 주석 자리에 오른 장쩌민의 후광을 업고 승승장구했지만 자기 심복까지 적으로 돌리면서 자멸한다. 최고 지도자들을 감시한 그가 권력 핵심인 정법위원회 서기로 유력시되자 퇴임 후 정치 보복을 우려한 후진타오의 선공(先攻)으로 무너졌다. 후견인 장쩌민마저 그의 교만함에 등을 돌리고 만다.

시진핑은 평소 한고조 유방, 촉한의 유비, 수호지의 송강처럼 인재들을 모아 하나로 단결시키는 ‘화합형 리더’를 추구했다. 역사 속 영웅호걸의 성공비결을 분석, ‘후흑론(厚黑論)’을 창시한 리쭝우(李宗吾)는 ‘자신을 낮추고 교만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춘 시진핑은 역사의 승자가 됐다. 교만함으로 권력욕을 과시해 경쟁자들의 공적이 된 보시라이는 멸문지화(滅門之禍)의 운명에 처했다. 정치 지도자들을 향한 역사의 준엄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