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대선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재단의 연례회의 연설자로 나섰다. 롬니 후보는 연설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정책 협조를 강조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에서 가장 바쁜 두 사람을 불러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변치 않는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 정계의 실력자로 다시 한번 위상을 굳혔다.

롬니 후보는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 연례 회의의 연설자로 등장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칭찬했다. 이날 롬니 후보의 연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경합주를 돌면서 오바마 대통령 지지 유세를 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졌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단 활동을 통해) 전 세계의 억압받고 학대받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에 헌신해 왔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북한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성공한 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법과 규칙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자유 기업을 장려한다”며 “미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체계를 자유 기업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CGI 회의에서는 연설 내용 자체보다 정적이나 다름없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롬니 후보의 칭찬에 시선이 모아졌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도 ‘롬니 후보의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칭찬의 이유’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언론들은 롬니 후보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사이를 갈라놓는 ‘트라이앵글레이션(삼각분할)’ 전략을 썼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직접 유화책 구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일을 앞두고 ‘더 이상 공격을 하지 말아 달라’는 신호인 셈이다.

CGI 회의에서 별도로 연설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을 늘어 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열정적이며 지칠줄 모르는 창도자”라면서 “전 세계의 수백만 사람들을 구하고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글로벌 보건 문제까지 논의하고 있다”며 “우정과 비범한 지도력에 감사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주제였던 인권보호와 관련해 “인신매매의 부당함과 잔인무도함은 ‘현대판 노예제도’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연설의 거의 반 정도를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정책협조와 인연 등을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