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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는 부자지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입니다. 반면 ‘메리다와 마법의 숲(Brave)’은 모녀지간의 갈등과 화해가 이야기의 축입니다. 둘 다 주제가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라(Write your own story)’인 점에선 닮았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위기에 빠진 자식의 목숨을 아버지가 지켜준다는 설정이고, 후자는 위기에 빠진 어머니의 목숨을 자식이 구해준다는 설정입니다.

“난 자유롭고 싶단 말이야(I want my freedom).” 빨강머리 공주 메리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왕비인 어머니가 사사건건 법도와 예의범절을 내세워 어린 딸을 다잡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자립심이 강한 메리다의 꿈은 스코틀랜드의 골짜기를 마음껏 달리고,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석양을 표적으로 삼아 활을 쏘는 자유로운 삶입니다. 결국 왕비는 의지에 반하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딸에게 위협조로 묻습니다. “자유를 얻는 대신 그에 따르는 대가를 치를 자신도 있느냐(Are you willing to pay the price your freedom will cost)?”

“엄마는 내가 뭘 바라는지 관심도 없잖아(You’re never there for me).” 숨이 막힐 것 같은 메리다는 숲속 멀리 달려갑니다. 그러다가 도깨비불을 발견하곤 언젠가 들은 말을 떠올립니다. “도깨비불을 따라가면 네 운명을 볼 수 있단다(Some say that will-o-the wisp lead you to your fate).” 도깨비불에 이끌려 마녀에게 간 공주는 간청합니다. “엄마를 바꿀 주문(呪文)을 원해요(I want a spell to change my mum).” 엄마가 바뀌면 자기 운명도 달라지리라 믿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아뿔싸, 엄마가 생각을 바꿔먹게 해달라고 한 건데 마녀는 엄마를 곰으로 바꿔버립니다.

“내 잘못이 아냐(There is no point at having a go at me).” ‘곰 언어’를 못하기에 대화가 될 턱이 없건만 메리다는 순전히 마녀의 잘못이라며 발뺌합니다. 다급해진 메리다는 곰 엄마를 숲에 데려가고, 극적으로 찾아낸 마녀는 선문답 같은 말을 처방이라며 던집니다.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교만이 갈라놓은 결속을 연결하라(Fate be changed, mend the bond torn by pride).” 교만이라니? 갈라진 동맹이라니? 메리다는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마녀는 이런 경고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해가 두 번 더 뜰 때까지 수수께끼를 못 풀면 네 엄마는 영원히 곰으로 살아야 해.”

“만약 곰으로도 영원히 살 수 없다면?” 곰 엄마를 데리고 성에 돌아가면서 메리다의 생각은 태산처럼 높고, 태풍처럼 빨라집니다. 언젠가 곰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부왕이 복수를 벼르고 있기에 아내를 그 곰이라고 오판하면 보나마나 죽일 거니까요. 다행히 지혜로운 공주는 깨닫습니다. ‘주기보다는 받으려고만 했던 사랑’이 곧 마녀가 지적한 교만이었음을…!

이제 남은 숙제는 하나, ‘갈라놓은 동맹’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과연 메리다는 그 처방에 숨겨진 뜻을 이해하고 곰 엄마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만약 인간으로 돌아온다면 왕비는 사랑하는 딸이 엄마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던 말이 이거였다는 걸 깨닫게 될까요? “Follow your heart(네 가슴이 이끄는 삶을 살아라).” 메리다, 일단은 엄마를 부탁해!

작가, 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