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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우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1976년 행정고시 19회로 공직에 들어와 재정경제원 국제투자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감사를 두루 거친 정통 재무·금융관료 출신이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딱딱할 것 같은 관료출신답지 않게, 180㎝의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 때론 구수한 사투리(전북 김제 출신)로 사람을 감싸는 포용력이 빼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을 허물없이 편하게 대하지만, 회장 취임 후 언론 인터뷰는 드물 정도로 업권 수장으로서 신중한 행보도 보여 왔다.

문 회장에게 관료로서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외환위기 직후 어려움을 직접 몸으로 ‘관통’했던 일이다. 당시 재정경제부 투자진흥과장으로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해외 투자 인허가 관리, 세계은행(IBRD) 차관 도입 협상이란 난제를 한꺼번에 3개씩 도맡아 처리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도 만들었다. 외국인투자가 썰물처럼 유출돼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대외신뢰도 유치의 표본인 자본유치는 중대한 국가 현안이었다. 당시 그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는데 그때 뼈저리게 경험했다. 독일처럼 중장기적 시각에서 관계지향에 방점을 둔 나라는 자본을 빼가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사회복지역량과 비중이 큰 독일식 복지시스템에 지금도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인 배경이기도 하다.

문 회장은 아이디어를 얻는 데 사람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열린 생각을 갖춘 이들에게서 새롭고 창조적인 발상의 거울을 보기 때문이라고. 겸연쩍게 기자에게도 “(협회 운영에 참고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손보업계 발전을 위해 정부가 좀 더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현재의 모습을 갖추는 데 금융위원회, 금감원, 경찰청,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등 12개 부처, 국회 8개 상임위원회가 어려움을 이해해준 게 큰 보탬이 됐다는 말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낮추는 미덕을 지녔다. 요즘은 오페라와 클래식, 인문학 공부에도 심취해 있다.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