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7일 신종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본원 진료실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인체에 산소를 공급해 주고 심장으로 돌아온 피(정맥혈)는 우심방으로 들어갔다가 우심실을 통해 폐로 이동한다. 폐에서 이산화탄소를 뱉어 내고 산소를 머금은 피(동맥혈)는 이번엔 좌심방과 좌심실을 거쳐 대동맥을 통해 다시 인체로 향한다. 2심방 2심실로 구성된 심장은 자신에게 오는 피를 수축과 이완 운동을 통해 순환시켜 인체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생명을 유지케 한다. 선천성 심장기형은 이렇게 중요한 장기인 심장에 구조적 이상이 있는 질환이다. 심방이나 심실 사이에 구멍이 나서 혈류가 정상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새어 나오기도 하고, 피를 밀어 줘야 할 판막에 이상이 생겨 피의 역류가 일어나기도 한다.

지난 7일 우리나라 선천성 심장기형의 권위자 신종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 봤다. 신 교수는 “과거와 달리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선천성 심장기형의 85% 정도를 산전에 발견할 수 있다”며 “심장기형은 출생 후 수술로 교정을 받으면 대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풍선 카테터 등 수술기법을 통해 출산 전 태아에게 심장기형 수술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미래에는 자궁 내 태아 치료가 일반화돼 태어나기 전에 심장기형을 완치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1981년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1991년부터 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현재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임 중이며,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 직을 맡고 있다.

―선천성 심장기형이란.

“태아의 심장은 임신 3주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7주 말에 완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심장 구조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다.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선천성 심장기형은 ‘심실중격 결손(구멍이 나는 것)’이라 불리는 질환이다. 막혀 있어야 할 두 심실 사이에 구멍이 나 피가 순환하는 경우다. 전체 심장기형 중 30%에 해당할 만큼 많다. 이와 유사하게 ‘심방중격 결손’은 심방 사이에 구멍이 난 것으로, 전체 심장기형의 8%에 해당한다. 두 질환은 산전뿐 아니라 신생아 시기에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고, 작은 구멍일 경우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문제는 이런 기형과 함께 판막에 이상이 생기는 등 다른 기형이 동반돼 심장 활동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다. 상황에 따라 태아가 생후 2개월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

―선천성 심장기형의 원인은.

“간혹 염색체 질환이나 유전자 질환이 동반돼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다. 단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가족력이 일부 있다고 여겨진다. 부모가 심장기형이면 태아가 심장기형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심장기형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100가지 정도의 후보군이 있다. 이 외에 풍진, 인플루엔자 같은 바이러스 감염, 항경련제·항부정맥약·정신과 약 등의 약물에 의해 태아에게 심장기형이 나타날 수 있다.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치는 다인적인 질환이다.”

―선천성 심장기형의 증상은.

“선천성 심장기형을 가지고 있는 태아는 유아나 아동기에 청색증이나 호흡곤란, 심부전증 등을 보인다. 10대 이후에는 운동 시 숨참, 피곤함 등이 주로 난다. 청색증은 입술이나 귓불, 팔다리 끝 등 피부가 얇은 곳이 암청색을 띠는 증상으로, 심하면 온몸이 푸르게 변한다. 호흡곤란은 다호흡, 함몰호흡으로 증상이 나타나는데 분당 60~70회 이상의 호흡수를 보이면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그 정도가 심해지면 호흡할 때 흉골 및 늑골 사이 등이 함몰되고, 호흡 시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사지부종(팔다리가 붓는 증상)이 생기고 간이 크게 만져지는 심부전증도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선천성 심장기형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거나 산모가 당뇨병, 콜라겐 혈관질환, 페닐케톤뇨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으면 꼭 산전진단을 통해 심장기형 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선천성 심장기형의 유병률은.

“선천성 심장기형은 출생아 1000명 중 8~10명에게서 발견된다. 전체 선천성 기형 중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흔한 기형이다. 1999년부터 10년간 진행된 한국 선천성 기형 다기관 역학연구에서 선천성 심장기형이 1999년에는 전체 선천성 기형 중 20% 미만이었지만, 점차 늘어 2008년에는 29% 정도를 차지해 외국의 연구보고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선천성 심장기형의 유병률이 점차 증가한 이유는 실제 발생이 증가했다기보다는 초음파 장비의 발달과 검사하는 의사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라고 추정된다.”

―선천성 심장기형의 진단은.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초음파 검사기는 극히 일부 병원에서만 사용했다. 기계의 해상력 자체도 좋지 않아 선천성 심장기형을 산전에 발견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현재는 초음파 기술이 매우 발전, 태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선천성 기형을 85% 이상 산전에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색 도플러 검사를 통해 진단의 정확도가 더 높아졌다. 사용하는 초음파 장비와 초음파를 시행하는 의사의 경험, 임신주수, 태아의 위치, 양수량 등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임신 18~23주 사이에 태아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면 정확한 진단이 나온다. 요즘에는 단일 심실, 방실중격 결손, 좌심 혹은 우심 형성 부전 등의 심장기형은 임신 15주 미만에도 발견이 가능하다.”

―선천성 심장기형의 치료법은.

“경미한 기형은 성인이 돼서도 수술 없이 경과만 관찰해도 되는 사례가 있지만 질환의 정도나 청색증 등 증상 발현 시기에 따라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심장기형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경우에는 조기 교정 수술을 받게 된다. 경미한 심장기형의 경우 과거에는 신생아기를 넘겨 4~5세 정도에 주로 수술을 했는데 최근에는 수술기술이 좋아져 조기 수술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경미한 기형이라도 장기간 두면 인체에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천성 심장기형을 가진 경우 조기 치료를 받지 않으면 50% 정도가 1세를 넘기기 힘들지만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하면 95% 이상이 완전 교정이 가능하다. 최근 3차 의료기관은 산부인과와 소아심장과, 소아심장외과가 협진해 산모와 신생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하기 때문에 선천성 심장기형이 진단될 때는 3차 의료기관에서 분만을 하는 것이 좋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