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백과사전(Encyclopedia of DNA Elements)’의 완성은 지난 2003년 인간게놈 지도 발표 후에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쓰레기 유전자’ 취급을 받았던 98%의 정밀 분석이 이뤄졌다는 데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전체 유전자의 80%가 저마다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유전자의 발현을 촉발하거나 정지시키는 ‘스위치’ 400만 개가 발견되면서 각종 질병의 원인 분석과 신약 개발에 큰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김희발(생물정보학) 서울대 교수는 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연구를 “인간게놈 지도가 처음 발표됐던 2003년 이후 10년여 만에 이뤄진 업적으로 유전자학 발전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간게놈 지도가 발표됐지만 전체 유전자 중 2%에 불과한 단백질 생산과 관련된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protein-coding gene)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나머지 98% 부분은 염기서열만 밝혀졌을 뿐 기능을 알지 못했다”며 “포유류 등 다른 종과 인간을 비교해 보면 2% 이외의 부분에서 동일한 염기서열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생명체를 유지하는데 큰 기능을 하고 있다’는 수준에서 이해할 뿐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발현 등을 다루는 400만 개의 스위치가 새롭게 발견된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400만 개의 ‘청사진(블루프린트)’이 발견된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400만 개의 다양한 집을 지을 수 있는 청사진처럼 다양한 시점에서 발현된 유전자를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김형래(생화학) 이화여대 교수는 “유전자의 발현은 청소년기에 나타날 수도, 노년기에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를 촉발하거나 정지시키는 스위치가 발견됐다는 것은 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또한 이번 연구 성과를 환영하며 특히 정신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장은 “특히 자폐증, 정신지체, 발달기형 등 정신생물학적 부분에서 원인을 밝혀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윤정아·유민환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