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우울증은 단순한 정신질환이 아니라 마음과 뇌, 몸에 복합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생기는 질병이기 때문에 환자 혼자 힘으로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우울증에 걸리면 거의 매일 쓸쓸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사라지고, 이유 없이 초조하고 불안하며, 불면증에 시달리고, 심할 경우엔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실제로 자살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같은 우울증이 과도한 스트레스나 타고난 성격 등 주로 정신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은 인체의 생화학적, 유전적, 신체적,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리적인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나타난다. 우울증 환자들의 두뇌를 검사해 보면 식욕, 성욕, 수면, 행동, 사고, 기분을 조절하는 영역에서 정상인들과는 다른 기능적인 차이점이 발견된다. 이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로 알려진 두뇌 내 화학물질들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요즘 우울증의 원인으로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serotonin)이 많이 거론되지만 두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종류는 200여 가지가 넘는다. 세로토닌의 경우 우울증 환자에게서 첫 번째로 관찰되는 변화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뇌에서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수면장애, 폭식증과 같은 식이장애, 불안증 등을 유발한다. 그 밖에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부족해지면 심한 피로와 기분 저하를 초래한다. 또 도파민(dopamine)은 과도한 흥분이나 감정의 기복과 관련이 있다. 즉 우울증의 발병에는 모든 신경전달물질이 증상에 따라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거나 불균형을 초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먼저 인체에서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충분하게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생산이 충분히 된다고 해도 신경전달물질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안테나의 역할을 하는 수용체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너무 빨리 신경전달물질이 분해돼도 그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신경전달물질의 생산과 정상적인 분해과정, 그리고 수용체의 건강한 역할을 위해서는 인체 모든 시스템의 정상적인 작동이 중요하다. 면역기능, 내분비기능, 해독기능, 항산화기능, 부신기능, 소화기능이 제 역할을 해내는 가운데 영양소와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한편 우울증은 만성적인 염증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이는 감염이나 손상으로부터의 빠른 회복을 돕는 사이토카인(cytokine) 때문이다. 원래 사이토카인은 유익한 화학물질이지만 장기간 과도하게 분비되면 역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심하게 몸살을 앓거나 사고로 장기간 입원을 한 경우 나타나는 피로, 의욕 상실, 성욕 감퇴, 집중력 저하 등 우울증 증세도 사이토카인 과다 분비에 의한 것이다.

또 약물을 장기간 남용한 사람들에게도 우울증은 쉽게 나타난다. 그 이유는 상당히 많은 수의 약물들이 신경전달물질의 생산에 필수적인 비타민과 미네랄을 고갈시켜서 생산을 방해하거나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