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는 한국과 정부 간 대화 채널을 모두 닫는 반면 경제부문 등으로는 추가 대응을 확대하지 않는 이원화 전략틀 아래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독도 여론전’에 돌입했다.

일본정부는 21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주재로 열린 독도 관련 각료회의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예정된 한국과의 정부 간 대화를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25일 예정됐던 한·일 재무장관 회담, 29∼30일 예정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경제장관회의에서의 한·일 양자회담도 거부하기로 했다.

경제산업성, 총무성 등이 소관하는 각종 실무급 회의와 회담도 연기 또는 중단하기로 했다. 9월5∼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매개로 한 양자 간 장관급 회담도 하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경제산업성은 9월19일 도쿄(東京)에서 열기로 했던 액화천연가스(LNG) 공동 도입과 관련한 장관급 협의도 유보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한국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지난 2010년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이 충돌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사태 때 중국이 일본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보복 조치에 나섰던 것과 비슷하다.

일본정부의 대화 채널 차단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냉각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제소를 통해 국제사회에 대한 여론전을 진행키로 한 만큼 한국에 대한 대응 역시 국제사회의 기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외무성 간부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독도 문제 대응이 “국제사회의 상식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총리도 21일 “한일관계 전체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은 말아야 한다”며 대응 조치와 관계 개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기 일본 총리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이날 “위안부가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 있다면 한국이 내놨으면 좋겠다”고 억지 주장을 펴는 등 일본 보수우파의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일본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반발해 소환했던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12일 만에 한국에 귀임시켰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