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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연세대 상경대 교수 경제학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10년짜리 스페인 장기 국채금리가 이미 7% 이상을 웃돌고 단기금리까지 급상승하며 스페인 정부는 긴급 자금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스페인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자치정부의 구제금융 요청에 이어, 이제는 중앙정부 자신이 전면적인 구제 금융을 외부에 요청할 시점이 되고 있다.

재정위기 국가 가운데 스페인은 지방자치정부가 특히 문제다. 우리나라 저축은행과 유사한 지방저축은행(caja)의 부실, 그리고 연결된 지방자치정부의 부채 부담이 사안의 핵심을 이룬다. 물론 배경에는 지방저축은행 및 자치정부와 연결된 부동산 건축 붐이 있었다. 먼저, 지방저축은행들은 모기지에 기반하는 부동산 대출에 몰두했고, 그 가운데 지방자치정부와 결탁한 지역 기반 건설업자에게는 각종 건축 수주 특혜와 함께 부실대출이 이뤄졌다. 특히 지방자치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통제력이 약했던 스페인 정부의 특징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고급 건축물의 상징이었던 ‘토레 루가노’의 건축 중단 소식과 함께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스페인의 부동산 거품 붕괴는 사실 현재의 국가부도위기를 알리는 전조(前兆)였다. 스페인 전체의 국가부도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는 지금의 구제금융을 요청한 대표적인 자치정부가 발렌시아 주정부인데, 이곳은 과거 부동산 거품의 핵심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당시 언론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화려한 건축물들의 건설이 중단된 주요 사례로 소개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로화 출범 이후 해외에서 유입된 자금에 의해 낮은 이자율이 유지됐던 스페인에서는 부동산 건축 붐이 일었고 여기에 편승한 금융기관 대출이 확대됐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부실대출이 현실화하면서 가계와 지방자치정부 등 관련 경제 주체들이 금융기관과 함께 부실화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당시 스페인 금융기관들은 부실자산을 크게 털어내지 않았다. 향후 부동산 가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화라는 통화체제의 근본적 구조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당시 판단은 상황을 악화시켜 현재와 같은 심각한 국가부도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현실에서 부동산 가치는 회복되지 않았고 부실자산 및 대출 규모는 더욱 커졌다.

이러한 교훈은 한국에도 해당한다. 먼저, 국가부채 문제에 있어서 비교적 엄격한 예산통제 아래 있는 중앙정부 상태는 다소 양호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심각한 부채 증가에 노출된 상황이다. 따라서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부분 자치권을 가지더라도 재정부문에 대한 책임 부과와 통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한국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은 고령화 측면과 장기적인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구조적인 부분이 크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은 과도한 가계부채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자산 구조 역시 구조적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것은 가계부채와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 문제를 구조적 가격하락 압력에 놓인 부동산 값을 올려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실대출을 일정 부분 정리하고 대출 대상자인 가계에 대해선 채무 재조정을 통해 부채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대책을 시작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