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이 16일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죄에 대한 형량을 높여 사실상 집행유예 선고를 금지토록 하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키로 한 것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위헌 소지가 있고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률은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토록 만들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재벌 총수’나 ‘대기업 오너’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을 만들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반인에게도 적용토록 개정안을 만든다면 다른 범죄와 비교해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원로 헌법학자는 “특정할 수 있는 몇 사람을 엄벌하기 위해 만든 법을 ‘처분적 법률’이라고 하는데 이런 법은 일반적인 법치주의 원칙과 법 정신에 벗어난다”고 말했다. 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신분이나 직업에 따라 형을 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라고 말했다.

다만 횡령·배임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지난 2009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론과 시대 흐름에 맞춰 형량 강화 논의를 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배임 관련 양형은 1기 양형위원회에서 정해져 다른 범죄 양형기준과 비교해 보면 약한 편이다”며 “시류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횡령·배임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을, 50 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이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이렇게 법이 개정되면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형기를 최저 형량의 2분의1까지 작량감경(정상 참작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행해지는 형의 감경)해도 형량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실형이 불가피하다.

박수진·이재동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