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하이닉스 연구원들과 ㈜테스 직원들이 경기 용인시 양지면 테스 생산공장에서 반도체 공정 장비 제조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용인 =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12인의 외인부대.’

요즘 그 흔하다는 ‘박사’는 고사하고, 석사학위자도 고작 한 명뿐이었다. 회장과 서무를 제외한 10명의 엔지니어가 회사 자산의 전부였다. 옛 현대전자(SK하이닉스 전신)와 삼성전자 등을 박차고 나온 기술자들이 의기투합한 것은 오직 반도체산업에 대한 확신 하나 때문이었다.

옛 하이닉스반도체 출신의 주숭일 회장 등 12명의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공정장비 제조 회사 ㈜테스(경기 용인시 양지면)를 설립한 2002년만 해도 반도체 공정장비를 재활용한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었다.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에 따라 공정장비들도 새것으로 교체를 해줘야만 하지만 한 대에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공정장비들을 그냥 폐기처분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테스를 설립한 외인부대 12인은 바로 이 같은 유휴 공정장비들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생산단계에 맞게 업그레이드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이는 당시 유동성 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SK하이닉스에도 필요한 기술이었다. 그렇게 SK하이닉스와 테스는 손을 잡았다. 서로의 존재에 대한 필요성이 딱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SK하이닉스 덕분에 테스는 설립 이듬해 1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SK하이닉스와 테스의 밀접한 관계는 나날이 발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직원 165명에 공장도 2개로 늘었고, 매출액은 15억 원에서 어느새 711억 원(2011년)을 넘어가는 중견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테스의 매출 비중 70%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테스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새 주인이 생긴 것에 대한 혜택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14일 테스는 SK하이닉스와 52억 원 상당의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일 후인 18일에도 44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SK하이닉스가 SK의 든든한 후원으로 공격경영에 나서면서 물량요청도 늘어난 것이다.

진승태 테스 반도체 영업팀 이사는 “부품을 납품하는 데 있어 단가 조금 높여주고 하는 것이 공생이 아니다”며 “핵심기술을 주고, 그 기술을 개발하고 이걸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협력사들을 도와 주느냐가 진정한 공생관계인데, SK하이닉스는 그런 협력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와의 협력관계는 다른 기업들에서는 보기 힘든 ‘끈끈함’이 있다. 일단 ‘우리’ 먼저 살고 봐야 한다는 ‘계산된 협력관계’가 아니라, 협력업체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첨단 기술까지 공유한다. 테스는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최근에는 태양전지와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공생발전 철학은 협력사와의 협력은 필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중요한 경영방침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윈-윈 파트너십(Win-Win Partnership)’을 넘어 최대 시너지를 창출하는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 SK하이닉스의 기본생각이다. 이 같은 철학에 맞춰 SK하이닉스는 전사의 역량을 집중해 상생활동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주축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보다 협력 대상 회사를 8개 늘린 57개사와 협약을 체결했다. 또 협력사 교육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SK아카데미가 실시하고 있는 ‘협력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협력사 CEO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경제현황과 기업 대응전략 등 다양한 주제를 공유해 협력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1차 협력사와 함께 실시해온 상생협력 사업을 2차 협력사까지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2차 협력사들도 기술과 재무, 교육, 특허 등 다양한 분야에서 1차 협력사들과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1·2차 연계지원시스템(NICE WinC)을 도입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단가 연동제를 통한 단가 조정 내용이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차 협력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유도키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1·2차 협력사 간의 상생 활동 및 2차 협력사의 대금결제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