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 / 폴 엡스타인·댄 퍼버 지음, 황성원 옮김 / 푸른숲

‘후진국형 전염병 백일해 집단발병’ ‘벌써부터 열사병 환자 발생’ ‘이상기후로 동해서 식인상어 발견’ ‘벌써 몰려온 모기떼, 말라리아 뇌염 비상’…. 최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제목들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사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기후변화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이 책은 기후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이미 환경보호의 차원을 넘어섰다.

예컨대 10여 년 전만 해도 여름철 불청객이었던 모기는 이제 연중 내내 설쳐댄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불편하고 귀찮은’ 정도로 여기며 더 많은 살충제를 뿌리고 방역을 강화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 모기가 ‘좀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박멸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0.5만 더 높아져도 모기 군집이 두 배로 증가하며, 원래 모기가 거의 없는 고원지대에까지 말라리아가 확산될 수 있다. 천식·아토피 등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책은, 기후변화가 이제 인간의 ‘건강’ 자체를 위협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