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은 12일 미국이 한국을 이란제재 예외국가로 인정했다는 소식에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일단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중단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데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란산 원유 수입에 따른 미국의 금융제재가 유예되는 180일 동안 이란산을 대체할 수입선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사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날 “미국이 한국에 예외를 적용할 가능성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우선 당분간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며 “상황을 계속 체크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올해 초부터 이란산 대신 카타르산 원유, 브렌트유 등으로 수입 유종을 다변화하면서 이란산 수입 중단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전년동기 대비 10.13% 감소한 올해 1~4월 카타르산 원유 수입은 10.11% 늘었다. 카타르산 수입 증가분은 320만4000배럴로 이란산 수입 감소분 284만8000배럴을 충당하고도 남는 규모다. 영국, 노르웨이 등에서 수입하는 브렌트유도 올해 3~4월 동안 789만 배럴이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 210만2000배럴의 3.7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남은 문제는 유럽의 이란산 원유 수송 선박에 대한 보험 중단 여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의 제재 예외 국가로 인정되더라도 유럽에서 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이란산 원유 수입은 불가능해진다”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미국 제재 유예보다는 유럽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월 말 기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전체 수입량의 9.7%로 여전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기름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란산 원유가 타 지역 원유보다 배럴당 최대 2~3달러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 중단시 0.5~1% 수준의 원유 도입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 기름값에도 ℓ당 30~50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