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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한양대 사회과학대 교수 국제정치학

한국의 ‘아리랑 3호’ 인공위성을 일본의 H-2A 로켓의 힘을 빌려 일본열도 남쪽 다네가시마 우주발사장에서 발사하던 5월17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자국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한국은 위성 기술은 우수하지만 로켓 기술은 일본의 1960년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누군지 몰라도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한국은 그동안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장거리 로켓에 대한 개발과 발사 경험은 없지만 근거리 로켓 발사 경험이 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선박 제조 등 제조 산업의 저력을 갖춘 나라인데 일본보다 50년이나 뒤졌다는 혹평(酷評)은 무지의 소산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사회과학도로서 지난 5 년간 우주개발전략센터를 이끌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이 자주적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고민해 왔다. 그 결론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러시아와의 협력에 관한 평가다. 전남 고흥의 우주발사대에 대해서는 일본의 순수 자국산 H-2 로켓을 개발한 고다이 도미후미 씨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잘 만들어진 발사대”라는 평가를 해주었다. 다만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그대로 들여와 나로호 발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도 독자의 로켓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면서 실패가 있을 수 있는 로켓 개발에 한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연구단체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협력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둘째, 우주 외교를 끈기 있게 지속하는 것이다. 한국은 우주 개발을 절친한 동맹국인 미국과 협력하지 않고 러시아와 추진해 왔다. 러시아와 하는 것은 미국이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치 않고 유럽에 비해 협력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당시 러시아의 외환 사정이 좋지않아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주 기술은 세계 정상급이다. 일반적으로 우주 협력은 우주 선진국 쪽에서 보면 협력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 기술이 곧 대륙간 탄도탄 기술에 응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협력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사혈맹이라 여기는 미국도 한국과 우주 협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에 오래 전에 로켓 개발 가격의 2배나 되는 비용을 받고 기술을 전수했다. 물론 1964년 핵실험에 성공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정치의 역학 구도가 그 배경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되집어 보면 우주 기술 전수는 금기 사항이기도 하지만 꾸준한 우주 외교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능하기도 한 일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우주연구소장을 지낸 존 록스던 박사는 “우주 외교를 잘하면 독자의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을 협력받을 수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마침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 중이니 그동안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협력 받을 수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셋째, 민간(民間) 대기업과 함께 우주 개발을 해 나가야 한다. 2번의 나로호 발사가 실패해 허랑(虛浪)한 심정으로 일본의 엔진 개발 담당자 사카즈메 노리오 씨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는 일본 로켓 6호기의 비행을 중단시킨 주인공이다. 5000억 원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마지막 단추를 누르고 재도전해 이후 H-2A 로켓의 실패가 없는 엔진을 만들어냈다. 그에게 “한국이 독자적으로 로켓을 개발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처럼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즐비한 나라에서 힘을 모으면 그까짓 로켓 하나 못만들겠느냐”고 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한국의 우주 개발 역량을 너무 과소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