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담도폐쇄증 등 희귀 난치병 환아들이 지난 4월26일부터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에쓰오일과 함께하는 햇살 나눔 캠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에쓰오일 사옥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엄마 품에 안긴 5명의 어린이들이 그 주인공. 아이들은 천진한 표정으로 에쓰오일 임직원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장난을 치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었지만 이들은 불과 수개월 전 수술대 위에 올라야 했던 담도(쓸개관) 폐쇄증 환아(患兒)들이다. 담도폐쇄증은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해 간 손상을 일으키는 신생아 희귀질환이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이사는 이날 아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복지단체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담도폐쇄증 환아들의 수술비 2억3000만 원을 전달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09년부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밝은 웃음 찾아주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담도폐쇄증 환아들에게 ‘카사이 수술’(담낭을 포함한 폐쇄된 간외 담도 일부를 제거하고, 소장과 연결해 담즙 배출을 기대하는 것)과 간 이식 수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알 마하셔 대표는 이날 회사가 후원해 온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 이 가운데는 에쓰오일의 후원으로 카사이 수술부터 간 이식 수술까지 두 차례의 수술을 받고 회복한 구지원(1) 양 등 2명도 있었다. 에쓰오일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은 아이들은 보면서 알 마하셔 대표는 “담도폐쇄증은 빠른 시일 내에 수술하면 생존율이 높고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더 많은 어린이가 성공적인 수술을 받고 완치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억대 기부금을 투입하는 대형 사회공헌 사업이 됐지만 담도폐쇄증 환아 후원의 시작은 소박했다. 2006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1만 원 미만의 급여 우수리를 모아 5000만 원을 만든 것이 그 출발이었다. 직원들은 5000만 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후원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기존 단체나 기업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희귀질환 어린이를 돕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직원들은 당시 외부 후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던 담도폐쇄증 환아들의 카사이 수술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성공률이 30% 수준인 카사이 수술 이후 합병증으로 간 이식을 해야 하는 아이들이 속속 발견됐다. 직원들은 간 이식 수술을 통해 아이들의 완치를 도울 방법을 찾아나섰다. 직원들의 열의에 감동한 회사는 2009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회당 2000만∼3000만 원의 간 이식 수술 비용을 지원하기로 하고, 매년 직원들의 급여우수리에 ‘매칭펀드’ 형식으로 1억∼2억 원 상당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사내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담도폐쇄증 환아 가족의 사진을 촬영해 주는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두 살 무렵이 고비인 담도폐쇄증 환아 대부분이 돌잔치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에쓰오일의 사회공헌 사업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신영철 운영지원팀 사회복지사는 “에쓰오일이 살린, 에쓰오일이 책임지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 번 지원하고 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케어를 하면서 다양한 측면으로 지원을 확대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이처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소외된 분야’를 ‘끝까지 책임을 지고 후원한다’는 원칙으로 사회공헌 사업에 임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협력해 지난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소방영웅 지킴이’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이 거의 없었던 순직 소방관의 유족에게 3000만 원의 위로금을 지원하고, 그 자녀들에게 300만 원의 학자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은 부상 소방관에 대한 격려금 지원으로, 올해의 소방영웅 시상식 개최로 점차 확대됐다.

6월에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소방관 부부 캠프’를 연다. 7일부터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캠프에는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부부 70쌍이 참가, 부부학교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게 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비상근무로 연중 내내 쉬지 못하는 소방관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휴식도 취하면서 부부간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캠프를 마련했다”며 “순직하거나 부상을 입은 소방관들뿐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서 일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