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애플 /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청림출판

애플의 세계로 매혹적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미로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아이팟 클래식으로 음악을 들은 사람은 아이폰 매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새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긴 줄이 이어진다. 열광적인 애플 마니아는 뉴 아이패드가 있는데도 마치 애인을 기다리듯 더욱 얇고 선명하다는 애플의 노트북 ‘맥북 프로’ 출시 날짜를 손꼽아 보며 황홀한 상상에 빠진다.

지난해 10월 창의적인 천재로 불리던 스티브 잡스를 잃은 애플이 변화의 물살이 빨라진 빅 데이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앞으로도 오랫동안 애플 마니아들의 마음을 꾸준히 움직일 수 있을까. 책은 애플에 대한 입체적인 취재를 통해 그 가능성을 탐색한다.

애플이 내세우는 최고 덕목은 비밀주의다. 열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에 ‘창의력 파워’의 대명사인 애플이 가장 비밀스러운 회사라는 것은 불가사의다. 저자는 애플 최고위층에서 말단사원까지, 전직 임직원과 제휴회사 관계자 등에 대한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애플 제국의 경이로운 내부 시스템의 베일을 벗겼다.

현대 경영학에서는 부하직원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관리자를 높게 평가하지만 애플 직원들은 매우 제한된 책임과 권한만을 갖는다. 철저히 폐쇄적이며 상명하복의 수직적 체계를 물 샐 틈 없이 견지한다. 숨이 탁 막힐 정도의 기업문화다. 우선 기업 내부에서 돌아가는 일에 대해 철저하게 장막을 씌운다. 일반인은 물론 언론의 방문 취재를 일절 불허한다.

새 제품이 나와도 공식 발표 이전까지는 비공개가 철칙이다. 이는 소비자가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갈망하게 하는 절묘한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은 내부직원에게조차 정보 유출을 금하고 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내부 경영에 대해 질문하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애플 매직의 일부입니다. 나는 그 비밀을 누구에게도 밝힐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모방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렇듯 폐쇄적인 기업문화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역설한다. 자유분방한 구글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온 세계 애플 팬들을 휘어잡은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가 황제경영을 유발한 것일까. 비밀제국의 독재자격인 CEO는 모든 광고를 감독하고 승인하는 일부터 극비 회의에 참석할 임직원을 결정하는 일까지 디테일한 모든 일을 직접 챙긴다.

책에 따르면 애플 본사에는 창문 없는 방이 많은데 주로 신제품 회의는 유리창 없는 방에서 한다. 본사에서는 경비원들이 철저하게 이동을 통제한다. 건물 한 층 전체에 특수잠금 장치를 달고 가족에게 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쓴 사람만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많다.

심지어 신입사원들에게는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몇 달이고 가짜 프로젝트를 맡기기도 한다. 조직 자체가 점조직 형태이다 보니 동료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직원 개개인은 퍼즐의 한 조각이며 이것을 모두 끼워 맞췄을 때의 모습은 CEO만 안다. 애플 직원들은 묻거나 따지지 않고 자존심 같은 것은 버리고 산다.

비밀주의 문화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애플에서는 대다수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내정치가 없다. 다만 애플 사람들은 최고 제품을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내부 팀들끼리 인신공격까지 불사하며 싸운다고 한다.

이들은 애플의 성공에서 비롯되는 자부심과 성취감으로 고된 회사생활을 참고 견딘다. 저자에 따르면 애플 밖에 있는 사람들은 들어가고 싶어 하고 애플 내부 사람들은 모두 나가고 싶어 하는 회사가 바로 애플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놀랍게도 내가 인터뷰한 대다수 애플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고 전한다.

‘아니오’ 철학도 흥미롭다. 애플 문화의 특징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핵심에만 집중한다. 실제로 애플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고 기업이지만 판매하는 제품은 딱 다섯 가지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와도 매일같이 ‘아니오’라고 말하는 회사다.” 팀 쿡이 최고운영책임자(COO) 시절에 한 말처럼 애플은 선택한 분야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예진수 기자 jinye@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