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2, 13일 양일에 걸쳐 일본 도쿄(東京)돔에서 진행된 슈퍼주니어 월드투어 ‘슈퍼쇼4 인 도쿄돔 콘서트’는 일본 관객 11만명의 정적인 에너지를 단박에 깨우는 작업이었다. 무대를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은 한없이 질서정연하고 조용한 행렬을 이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열광적인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이 시작된 오후 5시, 팬들은 시야제한석을 포함해 모든 좌석을 가득 메웠다. 이들이 들고 있는 파란색 야광봉은 조명이 채 들어오지 않은 도쿄돔 내부에서 은하수처럼 잔잔하게 빛날 뿐이었다. 그러나 붉은색 무대 조명이 켜지고 하얀색 오페라 의상을 맞춰 입은 9명의 멤버가 등장하자 이 은하수는 기막힌 반전을 보였다. 순식간에 관객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열광했고 오프닝곡 ‘슈퍼맨’의 후렴구를 한국어로 또박또박 따라 불렀다.

슈퍼주니어도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숨겨진 에너지를 뿜어냈다. 넓은 도쿄돔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3개의 크레인에 올라 관객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가 하면 매스게임을 하듯 무대 정면과 좌우로 펼쳐진 돌출 무대를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멤버 각자가 4대의 이동카 위에 올라 관객들 틈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도 했다.

슈퍼주니어는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개성을 살려 스티브 잡스, 헐크 호건, 메릴린 먼로, 슈퍼맨으로 분장해 개그쇼를 보여 주는가 하면 ‘도레미송’을 뮤지컬 형식으로 편곡해 부를 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대령, 가정교사 역 등을 연출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에는 ‘쏘리쏘리’ ‘미인아’ ‘미스터 심플’ 등 익숙한 히트곡과 분수쇼, 와이어쇼 등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 줬다. 슈퍼주니어는 얌전하고 단조롭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을 상대로 환호, 탄성, 웃음 등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이틀 동안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번 공연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아시아에서 아티스트의 성지라고 불리는 도쿄돔에서 이틀간 10만명 이상의 가수를 모은 한국 가수는 동방신기 이후 슈퍼주니어가 유일하다. 지난 3월 티켓 판매를 위해 모바일로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40만여명이 몰렸고 이 중 추첨을 통해 11만명만이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부터 3일 동안 일본 사이타마(埼玉)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레이디가가의 콘서트에는 6만여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슈퍼주니어의 ‘무엇’이 일본 팬을 열광시키는 것일까. 5년 전부터 케이팝(K-POP) 팬이었다는 구리타 아야나(여·22)씨는 “슈퍼주니어가 일본에 없는 남성 군무를 화려하게 보여 준다”며 “일본 그룹 아라시도 군무를 펼치지만, 슈퍼주니어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오카와 사치코(여·22)씨는 슈퍼주니어 특유의 단순한 멜로디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그는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오직 음악만 들었을 때 쉬우면서도 계속 반복되는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쿄돔을 가득 채울 정도의 팬심은 단순히 노래와 춤, 그리고 후광효과로만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미이(여·24)씨는 슈퍼주니어의 ‘태도’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그는 “슈퍼주니어는 팬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 팬들에게 친근함을 준다”며 “이번 공연에서도 즐거운 무대를 만들어 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끊임없이 전해 많은 팬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리더 이특은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아이돌의 틀을 깼다”며 “이전 케이팝 아이돌이 신비주의나 카리스마를 내세웠다면 우리는 자유분방하면서 친근한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 이근평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