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강상우 명예기자

“제 연기는 후지지만 ‘은교’에는 의미 없이 흘려버릴 장면이 한 컷도 없어요. 곱씹어 볼수록 깊은 맛이 나는 영화예요.”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무열은 자신의 연기에 가차 없는 평가를 내렸다. 뮤지컬계에선 톱스타인 그이지만 “이쪽은 여전히 멋쩍다”고 했다. 겸연쩍어하는 모습과는 달리 영화‘은교’속에서 김무열은 그동안 숨겨왔던 능력을 폭발시키듯 자신을 쏟아냈다. 전작 ‘최종병기 활’에서 당긴 불꽃이 ‘은교’에 이르러 비로소 활활 타올랐다 해도 될성 싶었다.

25일 개봉하는 ‘은교’는 천재 노시인 이적요와 제자 서지우 그리고 17세 소녀 은교의 이야기다. 김무열이 연기한 지우 캐릭터는 동명의 원작소설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느낌은 살짝 달라졌다. 원작의 지우가 지능적이고 치밀하다면 영화 속 지우는 불안하고 무모한 인물이다. 정지우 감독은 바로 그 점때문에 김무열을 선택했다.

“지우 역으로 누군가가 저를 추천해서 감독님이 제가 하고 있는 공연을 몰래 보러오셨고 ‘활’을 찾아보신 후 제 안에서 ‘소년’의 모습을 발견하셨대요. 그 ‘소년’의 불완전하고 본능적인 모습을 지우에게 붙이면 괜찮은 그림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셨나봐요.”

그렇게 만난 지우는 정 감독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틀을 갖춰 갔다. 감정을 잡기 힘들땐 원작을 뒤졌다. 촬영에 들어가면서 점점 원작을 놓게 됐고 정지우식 ‘은교’에 익숙해졌다.

영화‘은교’는 박해일의 노인 변신과 김고은의 도발적인 데뷔로 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은교’에서 김무열은 무엇으로 승부를 걸었냐”고 묻자 그가 “저요? 빵과 베이컨 사이에 있는 양상추예요”라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었다.

엉뚱한 답에 황당해 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지우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또 그래야하는 인물이지만 정말 중요한 캐릭터다. 절제와 발산을 오가는 연기는 정말 힘들었다”며 “어쨋거나 그런 과정을 잘 건너온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시사회 이후 그와 김고은의 정사신은 단연 화젯거리였다. 전라 노출은 물론이고 수위도 꽤 높았다. 온순하게만 보이는 그에게서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놀라웠다. ‘노출’이야기가 나오자 “아, 그거요…”하고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에 연기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배우의 소양이라고 생각했어요. 노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조금은 주저했지만 작품 자체를 놓고 봤을때는 피해갈 수 없다 생각했어요. 저는 낯을 많이 가리지만 사인이 떨어지면 저도 모르게 저돌적으로 달려들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은교’를 떠나보낸 그는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더 바빠질 것 같다. “제 성향은 아직 파악이 안되지만 지금은 도전 의식을 갖고 뭐든 해야할 때라고 봐요. 전, 적요가 그렇게 갈망했고 지우가 지켜내지 못했던 바로 그 청춘을 누리고 있으니까요.”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