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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을 할 때 가장 평범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유권자들과의 악수입니다. 유권자와 손을 맞잡는 ‘스킨십’으로 체온과 감정을 전달하며 호소하는 것 만큼 확실한 득표 수단이 없다는 것이죠. 후보들 사이에선 “손을 잡아보면 나를 찍을지, 다른 후보를 찍을지 알 수 있다”든지 “손을 잡아주는 사람 비율이 득표율과 비례한다”는 말까지 돕니다.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후보는 물론 여야 지도부, 중진 의원들이 총동원돼 ‘악수 전쟁’에 투입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선거운동의 기본인 악수 대신 ‘하이파이브’를 하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입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말부터 손에 붕대를 감고, 악수를 청하는 지지자들의 손에 자신의 손을 맞대면서 살짝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아예 포옹을 해버립니다. 오른손은 아예 뒤로 빼 보호하고 왼손으로만 지지자의 손을 잡습니다.

선거의 여왕이 왜 악수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박 위원장은 악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박 위원장은 고질적인 손목 통증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탄핵 정국’에서 당 대표를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할 때, 수천명과 악수를 하다 발병한 손목 통증이 완쾌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철만 되면 수많은 군중과 악수를 하다 보니 다시 통증이 재발했다는 겁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공식 선거 지원에 나선 지 사흘 만에 손에 붕대를 감았습니다. 박 위원장이 ‘아이돌 스타’ 수준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도 손목 통증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열성적인 박 위원장의 지지자들은 아예 ‘육탄공세’에 가까운 악수를 합니다. 박 위원장의 손을 낚아채 양손으로 꼭 쥐고 흔들거나, 경호원들 사이로 몸을 던져 박 위원장의 손을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지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는 곳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악수를 청하니 붕대를 한 오른손을 보호하는 일도 쉽지 않겠죠. 오른손을 안 쓰려고 몸을 사리지만 ‘구름인파’를 뚫고 가다보면 뛰어든 지지자들에게 오른손을 붙잡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박 위원장은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때는 괴한으로부터 얼굴에 자상을 입는 테러까지 당한 ‘트라우마’가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질 않을 겁니다. 아무튼 박 위원장의 손목 통증은 일종의 새로운 직업병이 돼 버렸습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