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29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4·11 국회의원 총선거’의 분위기가 조금씩 열기를 더해 가고 있습니다. 출근길 허리가 무릎에 닿도록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후보의 모습도 보이고, 거리 곳곳에 내걸린 선거 벽보와 현수막도 제법 선거 분위기를 띠웁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캐럴송’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듯, 선거운동은 역시 후보들의 특색있는 ‘로고송’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귀에 익숙한 노래를 개사한 로고송은 ‘먼나라 사람’ 같은 후보를 익숙하고 친숙한 ‘옆집 아저씨나 아줌마’처럼 느껴지게 하기도 합니다. 주로 가수 장윤정, 박현빈, 박상철의 구성지고 신나는 트로트를 로고송으로 쓰기도 하고 젊은 층을 겨냥해 최신곡을 개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부 후보들의 유세차량에는 유권자인 성인들을 상대로 한 로고송이 아닌 어린이를 상대로 한 동요 로고송을 트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투표권도 없는데 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동요를 로고송으로 삼았을까요. 귀에 익고 따라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일까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요.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선거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후보들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초등학생을 겨냥해 대웅제약 CF에서 차두리가 부른 ‘간 때문이야’를 로고송으로 쓰고 있는 서울 중구 정호준 민주통합당 후보 측은 “젊은 엄마들의 표심이 중요한데 아이들의 귀를 사로잡는 CM송이 엄마들의 발길을 잡는 데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후보 측은 이를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서울 동대문을에서 4선을 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는 초선 때부터 지금까지 동요 ‘비행기’를 로고송으로 쓰고 있습니다. 4년마다 “떴다떴다 홍준표”가 나오면 아이들은 익숙한 듯 흥얼거린다고 합니다. “애들이 흥얼거려야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게 홍 후보의 지론이라네요. 경기 안양동안을 심재철 새누리당 후보의 ‘작은별’을 개사한 로고송도 놀이터의 아이들에게 인기라고 하네요. ‘불황기에는 아이들을 잡아야 매출이 는다’는 마케팅 이론이 선거운동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나 봅니다.

‘아이들을 잡아야 부모들의 표심을 잡는다.’ 표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선거운동 방법은 이제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