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88년 OB베어스 팬북에 실린 윤동균(오른쪽)과 박철순. 절친한 선후배였으나 선수 집단이탈 사건으로 서먹해졌다. 지금은 다시 잘 지낸다.

1949년 7월2일생. 대전에서 야구를 시작해 고향인 줄 알지만 아니다.

“강원도 삼척이에요. 한때 고향이 배출한 제일 유명한 인물이 저였는데, 마라톤의 황영조가 옆동네에서 나오며 더 유명해졌죠. 내가 원덕면, 황영조가 근덕면, 몇 백m밖에 안 떨어져 있죠.”

그는 충남중을 거쳐 고교 때는 동대문상고로 야구 유학을 왔다. 고 3때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스카우트 대상이 됐고, 대학이 아닌 실업을 선택했다. 야구판에서 대학의 ‘학연’은 여러모로 뒷받침이 되는데, 그걸 가질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당시 은행에 취업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으니까 은행을 택했죠. 그런데 야구판에서 대학 연줄이 셌잖아요. 요새는 대학 감독을 해도 자기 모교 출신만 쓰고.”

실업시절 기업은행과 포항제철을 거쳤다. 국가대표로 두 번이나 국제대회에서 리딩히터가 됐다. 그는 프로야구사에 각종 ‘1호’ 기록의 소유자다. 1982년 3월27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전두환 대통령을 비롯한 3부요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6개 구단 선수를 대표해 선수선서를 한 이가 윤동균이다. OB의 창단멤버로 프로야구 원년 우승을 이끌었고,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기록했다. 1989년 8월 은퇴하면서 프로야구 최초의 은퇴식과 은퇴경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큰곰 윤동균 현역 30년 마감’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구단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은퇴경기를 해줬어요. 평일이었지만 1만5000명의 관중이 왔어요. 5회말인가에 제가 2루타를 친 뒤 대주자를 내면서, 잠시 경기 진행을 중단하고 후배들이 도열한 가운데 2루에서 더그아웃까지 걸어 들어왔어요. 제 애창곡인 조영남의 ‘제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말이죠. 양준혁 은퇴경기가 멋있다지만 저만 못했어요. 하하~.”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선수 출신 사령탑’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선수 집단이탈로 쫓겨난 감독 1호라는 불명예 기록도 갖게 됐다. 이후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장, 규칙위원회 운영위원 등을 거쳤다. 올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가운데 KBO 기술위원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