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성자 화백의 3주기를 맞아 문을 연 이성자기념관. 고인의 두상이 놓여 있는 전시장에서 시기별 대표작을 전시 중이다. 이성자기념관 제공

3년 전 91세를 일기로 프랑스에서 작고한 이성자(1918~2009) 화백. 그는 1951년 프랑스로 건너간 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그림을 그렸던 서양화-파리 유학파 1세대 화가다.

이 화백은 58년간 프랑스에 체류하며 평생 ‘무한의 우주에 오두막을 짓는’ 특유의 추상미술을 펼쳤다. 파리에서 일찌감치 실험적 현대미술을 접한 신여성 화가는 화폭에 이방인의 고독, 가족과 모국에 대한 그리움, 무한 세상에로의 열망과 동경을 표현했다.

올해 이 화백의 3주기를 맞아 고인의 작품을 상설전시하는 기념관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586-7 유로프라자에서 최근 문을 열었다.

고인의 3남 신용극(유로통상 회장) 이성자기념사업회 회장이 자신의 사무실 건물에 전시공간 및 자료실을 갖춘 이성자기념관을 마련했다. 유로프라자 1층의 유로갤러리에선 이 화백의 마지막 작품 ‘9월의 도시’를 포함해 1980~2000년대 작품 20여점을 3월 한 달 동안 선보인다. 2층 전시장에서는 1950년대 작품과 판화를, 4층에선 1960·1970년대 유화와 도자기 작품 등 유화 85점을 포함해 150여점이 전시 중이다.

▲이성자 화백은…: 50년 화업을 정리하듯 작고 전 2007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우주의 노래’전과 2009년 경남 진주의 경남도립미술관 전시가 이 화백의 국내 마지막 개인전이었다. 2008년 작 ‘9월의 도시’를 비롯해 후기 작품에는 노랑 파랑 빨강 등 화려한 원색 바탕 위로 크고 작은 원·점과 반원(半圓)들이 은하수처럼 흩뿌려져 있다.

작품 속 ‘반원’은 1970년대 이후 작품에 줄곧 등장하며 음과 양의 어울림을 연상케 하는 이 화백 고유의 이미지다. 그가 직접 설계해 1997년 남프랑스 툴레트에 지은 작업실도 두 개의 반원이 마주 보는 형태다.

이 화백은 1918년 전남 광양 출생으로 진주에서 여고를 졸업한 후 일본 도쿄(東京) 지센여대에서 유학했다. 귀국 후 결혼해 세 아이를 낳고 살던 주부가 가족과 헤어져 파리 유학을 감행한 것이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미술학교 그랑드쇼미에르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1965년 첫 귀국전을 통해 ‘재불화가 이성자’의 존재를 알렸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1970, 1978, 1988년 세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그의 화풍은 1950년대 초기 구상시대를 거쳐 1960년대 대지를 조망하는 듯한 ‘여성과 대지’ 시리즈로 바뀌었다. 이어 1970년대 ‘음과 양 초월’ ‘자연’ 시리즈를 통해 이 화백 특유의 반원형으로 구체화됐다.

1980년대 이후 귀국길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베리아 같은 극지의 이미지를 펼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시리즈, 모국 야산의 진달래색 등 현란한 원색이 폭죽처럼 퍼지는 ‘우주’ 시리즈를 내놨다.

▲이성자기념관은…: 강남 번화가에 자리 잡은 이성자기념관의 1층은 각종 전시를 진행하는 화랑이다. 이 화백의 작품을 시기별로 보여 주게 될 2, 4층의 상설전시장 외에 2층 자료실과 아카데미실에는 그의 도록과 관련 서적을 갖추고 있으며 학술회의도 진행한다.

신용극 회장은 “열린 공간인 1층 화랑과 다르게 2, 4층 전시장은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며 “이 화백과 동시대 작가들을 연구·발표하는 행사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념관 측은 전작 도록을 펴내기 위해 이 화백의 작품 1200여점 중 소장처가 확인된 400여점 외에 나머지 작품의 소장자 및 그 이미지를 수소문해 확보하고 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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