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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울링’엔 반가운 얼굴 하나가 눈에 띈다. MBC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배우 남보라다.

그는 ‘하울링’에서 늑대개 연쇄 살인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녀 정아 역을 맡았고, ‘해품달’에서 연기하는 민화공주 역시 주인공 연우의 죽음에 관련된 비밀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강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그를 지난 23일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문화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24세’라는 프로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앳된 얼굴이었다.

‘써니’ ‘영광의 재인’ ‘로드 넘버원’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든 그의 필모그래피를 거꾸로 훑어가다보니 종착지는 KBS 1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2005)이었다. 당시 화제가 됐던 다둥이 가족 13남매의 맏딸로 나왔던 바로 그 ‘남보라’였다.

“제가 ‘인간극장’을 통해 데뷔했다고 다들 알고 계세요. 제 첫방송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동엽·노홍철씨가 진행하는 육아코너였어요. 당시 출산 장려정책 덕분에() 제가 방송을 탔고 엄청난 반응들이 쏟아졌죠. 당시 저는 예능이나 연기 쪽엔 관심이 전혀 없었고 초밥집 사장 같은걸 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머니의 설득으로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자신조차 몰랐던 끼를 발견하게 됐다. 2년 동안 끝없이 치른 오디션의 결과는 좋지 않았고 대학 입시에서조차 낙방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스무살 청춘의 방황에서 그를 버티게 한건 ‘오기’와 ‘가족’이었고, 작은 역할이라도 ‘내가 없으면 작품도 없다’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시련의 터널을 지나 이제 빛을 발하려는 그에게 “자신감이 좀 붙었느냐”고 했더니 “저 아직도 ‘발연기’란 말을 듣는걸요”하고 웃었다. 해맑은 표정, 씩씩한 목소리는 영락없이 민화공주였다.

‘해품달’의 민화공주는 아역배우 진지희가 연기해 사랑을 받은 캐릭터다.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갈음’될 초반엔 그도 발연기 논란에 휩싸였지만 곧 잡음은 잦아들었다.

“1~5회까지 돌려보며 무조건 진지희를 따라했죠. 어른이 아역배우나 따라한다고 ‘자존심 상하지 않냐’고 했지만 전 진지희가 성장한 모습이니까 당연한거라 생각했어요.”

시청률 40%를 넘어선 ‘해품달’은 판권과 부가가치만 따져 1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대박’작품이다. 작품이나 CF 섭외가 잇따를만 한데 “그건 훤 오빠(김수현) 몫”이라며 웃더니 “서운한 건…”하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원작에서 민화공주와 허염의 사랑이야기가 많은데 못보여줘 아쉬워요. 그 아쉬움을 민화 공주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데 쏟아부으려고 해요.”
‘하울링’에서 그는 민화공주와 완전히 다른 인물 정아를 만났다. 정아는 마약에 찌든 소녀다. 밝고 명랑한 그가 ‘약쟁이’를 연기하기 쉬웠을리 없었다. 게다가 자신과 비슷한 몸집의 늑대개와 호흡을 맞춰야했다.

“무척 힘들었어요. 마약은 접해 볼수도 없고, 접했다간 큰일 나잖아요. 그래서 마약 재활 프로그램 관련된 방송을 뒤져보고 의사선생님한테 조언을 받았어요. 개에겐 2개월 동안 정을 쏟았는데 결국 그 녀석이 제 뒷머리를 물고 말았어요. 영광의 상처죠.(웃음)”

‘경험’을 배우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그에게 자신의 장점을 묻자 ‘동안’이라 답했다.

“동안이 제게 독이 된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역을 할 수 있잖아요. 저도 시간이 지나면 주름살도 생기고 아줌마도 될테니까 그때 가서 성인 연기를 해도 늦지 않겠죠”

남보라는 올해 또 한편의 영화 ‘돈 크라이 마미’로 관객들을 만난다. 배우 유선의 딸 역할로, 출연작 중 가장 비중이 크다. 그의 말대로 그는 조금씩, 천천히 벽돌을 쌓아올려가고 있었다.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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