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고양시 풍동 식골 배드민턴 실내경기장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배드민턴 연습중 리시브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고양 =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하나, 라켓을 내리고 둘, 라켓을 들어올리고 어깨를 펴세요. 하나 둘 셋 위를 보고 스윙하세요.” 21일 오후 고양시 풍동 식골 배드민턴 경기장. 결혼이주여성 10명이 2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2012 전국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 출전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하고 있었다. 최범식(40) 코치가 베트남 출신 김민선(여·29·베트남명 팜티삼)씨와 일본 여성 스즈키 아케미(41)씨에게 서브를 넣고 받는 기본자세를 가르치고 있었다. 나머지 결혼이주여성 선수들도 2명씩 팀을 이뤄 기본기를 익힌 후 복식게임에 들어갔다. 점수를 얻을 때마다 선수들은 기뻐서 얼싸안거나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 고양시에는 3318명의 결혼이민자와 1563명의 다문화가족 자녀가 살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여성가족과에 다문화가정팀을 신설해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정착을 적극 돕고 있다.

특히 최근에 시는 관내 기업의 후원을 받아 다문화가족자녀 축구팀이나 결혼이주여성 배드민턴팀 등 자조모임을 적극 지원,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연습경기를 치른 배드민턴 자조모임은 세번째 모인 것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결혼이주여성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달 결성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자조모임이 활성화된 것에 대해 SK이노베이션 등 관내 11개 협약기관의 후원이 주효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배드민턴 연습경기를 마친 스즈키씨는 “스포츠모임에서 여러 나라 출신 엄마들이 한국어로 얘기하는 게 신기하다”며 “센터에서 한국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는 일 외에도 아이들의 양육 및 교육에 많은 지원을 해줘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선씨는 “배드민턴 자조모임은 운동을 하며 친구도 사귈 수 있도록 도와줘 좋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스즈키씨는 현재 일산초등학교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김민선씨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사로 일하면서 새로운 결혼 이민자들에게 생활정보를 제공하거나 국적 취득 방법을 알려주는 등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같은 다문화가족 자조모임 외에도 한국어 교육, 맞춤형 취업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무료 방문학습지 교육은 자녀를 둔 결혼이주여성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문화봉사단 총무를 맡아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제공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당디우히엔(여·28)씨는 “지난해 한국생활 요리교실에 참여해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며 “그러나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둘째 아들(7)이 받은 방문 학습지 교육이라며 올해도 계속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어 중급과정을 이수 중인 몽골 출신 다리마(여·33)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지난해 6개월 동안 센터의 방문학습지 교육을 받은 결과 학교에서의 성적이 올랐다”고 자랑했다.

시는 지난해 방문학습지 교육을 받은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371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다문화자녀와 고양일산고 학생이 1대 1로 결연한 멘토링사업, 다문화자녀 언어발달지원사업 및 언어영재교실, 다문화자녀를 집단 상담하는 ‘다다우친’, 부모 자녀 의사소통 교육 등 자녀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식요리 강습을 받은 중국 출신 박홍영(여·37)씨는 “딸아이(8)가 청소년 멘토링과 문화체험 여행을 통해 성격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오는 6월 운전면허 필기시험 교육을 실시하고 행신그린어린이집과 센터에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놀이방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맞춤형 취업교육을 확대할 예정인데 지난해의 경우 이 취업교육을 통해 모두 137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중국 옌볜(延邊)이 고향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활동 중인 양성혜(여·39)씨는 “다문화가정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이 갓 입국한 결혼이주여성을 도와야 하며 이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2010년부터 센터의 한국어능력시험 대비반과 컴퓨터 교실에 가입하고 매달 다문화 부부모임을 갖는 등 센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원숙 총괄팀장은 “지난해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많은 행사를 치렀지만 올해에는 양보다 질적인 이용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내실있게 운영할 방침”이라며 “심리 상담 전문가 및 교수를 위촉해 상담을 통해 결혼이주여성의 가족·부부·자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개인·가족 상담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 = 오명근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