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 거래가 완전 실종 상태입니다. 매매가격이 떨어졌지만 문의조차 없어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2동 강남공인중개사 사무실. 오세길 대표는 매매 전세 물건 현황판을 가리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오 대표는 “서울시의 뉴타운 재검토와 재건축 소형 의무비율 확대 추진 이후 소형 면적 아파트조차 매매 문의가 없다”며 “무엇인가 확실하게 결정나야 할 텐데 구체적인 정책이 결정되지 않으니 모두들 관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최고 7000만원까지 하락한 매물도 나오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호가(부르는 값)가 9억7000만원 내외이던 개포1단지 공급면적 58㎡의 경우 급매물이 9억원에 나와 있을 정도다.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이 매매거래가 실종된 채 방향을 잃으면서 거래가 실종되고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뉴타운 재검토에 이은 재건축단지 소형 면적 의무비율 확대 추진 발표 이후 국토해양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주택시장이 극도로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월 들어 서울시 아파트 거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강남구에서는 아파트 145건이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월 488건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이다.

강남구는 2월(19일 기준) 들어서도 92건(지난해 2월 전체 436건)의 매매만 성사됐다.

서울 전체적으로도 매매가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계약일 기준)는 1월 5482건, 2월 6164건이나 됐으나 올 들어 1월에는 1540건, 2월 1609건(19일 기준)으로 대폭 줄었다.

뉴타운 재검토, 재건축사업 지연 등에 따른 수급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 가시화로 결국 수요자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재건축컨설팅 업체 대표는 “주택 소유자나 지분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산권이 묶여 손해를 보게 되지만 실수요자들은 양질의 주택을 공급받을 길이 더 줄어든 상황”이라며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전셋값 상승에 따른 부담 등 주거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순환·이용권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