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부실 저축은행의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저축은행 특별법)과 관련, “특별법 등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입법단계에서부터 각 부처에서 적극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해당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은 없는지, 입법화됐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전문적인 검토를 해서 적극 대응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향후 국회가 저축은행 특별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거부권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 53조 2항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아직 국회의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며 “거부권 행사 여부는 그때 가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편 오는 15일 저축은행 특별법을 처리할 예정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 대부분은 법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화일보가 12~13일 국회 법사위원 16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13명 의원 중 신지호 새누리당 의원만 법안 통과를 반대했고 12명은 유보 입장을 밝혔다.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응답한 의원 중 상당수는 ‘정무위의 여야 합의 통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유보 이유를 밝혔다.

민병기·박영출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