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언만 있지, 구체적인 방안이 결여돼 향후 논란의 소지가 크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박환용(도시계획학) 경원대 교수는 “내용을 보면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317개소에 대해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 요청 시 해제를 추진토록 돼 있는데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30% 이상을 모으는 것은 손쉬운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성실하게 사업에 임해온 토지 소유자들과의 법정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며 “시에서는 갈등조정을 위한 ‘주거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법적인 문제 앞에선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의 경우에도 대상지역기준 선정, 비용 분담은 누가 할 것인지, 추진 주체는 누구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이로 인해 해당지역마다 경쟁적으로 쏟아낼 주거환경관리사업 지원금 요구를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세입자가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이미 건설된 공가에 입주하는 방안을 거론했는데, 세입자들을 수용할 공가가 과연 마련이 돼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세입자를 사업 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소유자 중심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도록 요구한다는 항목이 있는데, 정치권에서의 여야 합의가 필요한 관련 법 개정도 안 된 상태에서 이 같은 항목은 선언적 의미로 끝날 공산이 크다”며 “세입자가 참여하는 수준 여하에 따라 소유자의 재산 침해 현상도 발생할 수 있어 향후 계속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서울시의 이번 대책은 전체적으로 법 정비가 안 되고, 구체적인 대안도 확실히 마련이 안 된 상태에서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뉴타운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성급하게 내놓은 해결책 같다”고 말했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