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종수(왼쪽)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병원 수술실에서 한 뇌동맥류 환자에게 경부 결찰 수술을 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뇌혈관에 꽈리 모양으로 생기는 혹을 말하는 ‘뇌동맥류(腦動脈瘤)’는 좀 과장된 표현으로 ‘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혹이 파열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실제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 시 환자의 30% 정도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한다. 30%는 병원에는 도착하지만 혼수상태에 빠져 치료를 해도 절반 정도가 죽는다. 적절한 치료를 해도 약 50%의 환자에게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으며, 30% 정도만이 출혈 이전 상태로 회복이 가능하다. 지난 17일 뇌동맥류 치료의 권위자인 김종수(51)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뇌동맥류 파열은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망치로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며 “처음 터졌을 때 환자의 의식 상태가 예후(치료 결과)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가 터졌을 때 의식이 정상에 가까우면 95% 정도 완쾌되지만 혼수상태로 오거나 의식이 거의 없을 때는 치료해도 절반 정도가 사망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뇌동맥류는 크게 보면 뇌졸중의 한 종류다. 뇌졸중 중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70%를 차지하고, 뇌출혈이 30% 정도인데, 이 중 10%가 바로 뇌동맥류다. 100명 중 2 ~ 3명꼴로 발병하며, 고령화에 따라 60세 이상 노인에게서 많이 생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95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 재직 중인 김종수(사진) 교수는 반신불수 같은 뇌동맥류 수술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검사법인 ‘운동유발전위 감시장치’를 2007년 국내 처음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뇌동맥류는 어떤 질환인가.

“뇌혈관은 내막, 근육층, 외막 3층 구조로 되어 있다. 가운데 근육층은 탄력섬유라는 말랑말랑한 조직으로 되어 있는데 혈관이 둘로 갈라지는 분지부는 밀려 들어오는 피의 압력을 계속 받는다. 이에 따라 이 근육층이 혈류의 힘을 이기지 못하면 점차 약해지면서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나오게 된다. 이것을 뇌동맥류라고 한다. 피의 압력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해 꽈리가 터지면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뇌출혈이 발생하게 된다. 터지지 않은 상태는 비파열 뇌동맥류라고 한다. 뇌혈관 여러 곳에 뇌동맥류가 생기는 것은 다발성 뇌동맥류라고 하는데, 환자의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 곳에서만 생긴다.”

―뇌동맥류의 증상은.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엔 증상이 거의 없다. 뇌동맥류 크기가 2.5㎝ 이상이면 거대 뇌동맥류라고 한다. 크기가 크면 두통이 생길 수 있다. 뇌동맥류는 보통 유병률이 2 ~ 3%인데, 그 중 극히 일부가 파열된다. 파열되면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이 생긴다. 터지면 3분의 1 정도는 뇌 압력을 못견뎌 즉사한다. 파열되고 피가 바로 멈추거나 경미하게 터지면 오심, 구토, 뒷목 뻣뻣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뇌가 심하게 압박을 받아 의식 저하 또는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뇌동맥류의 원인은.

“외부적 또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뇌혈관 근육층이 약해지면서 꽈리가 형성되는데, 약해지는 원인은 아직까지는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도 일부 있지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생긴다. 특히 고령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정도 많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흡연이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4배 정도 많이 터진다.”

―뇌동맥류 치료법은.

“치료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머리를 열고 터진 부위를 찾아 뇌동맥류 모가지(경부)를 집게로 묶는다. 이를 경부 결찰 수술이라고 한다. 뇌동맥류 내에 소위 ‘백금 특수 코일(GDC)’을 채워 넣어 치료하는 코일 색전술도 자주 시행된다. 경부 결찰술은 40 ~ 50년 됐고, 코일 색전술은 전세계적으로 사용된 지 20년 됐다. 코일 색전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하지 않아 간편하지만 완벽하게 채우지 못하면 재발할 위험성이 있다. 반면 경부 결찰술은 개두술에 따른 위험이 있지만 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결찰술과 색전술이 반반 정도 시행되고 있다. 치료 후 합병증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혈관 연축과 혈전(피떡)으로 인해 뇌척수액이 고이는 수두증이 생길 수 있다. 결찰술과 색전술 모두 합병증이 1% 정도는 된다고 봐야 한다.”

―뇌동맥류 파열 가능성은.

“보통 뇌동맥류를 머리 속 ‘시한폭탄’으로 비유를 많이 하는데 과도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뇌동맥류 중 파열 확률은 연간 1% 내외다. 특히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서는 크기와 모양, 위치 등이 파열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크기가 5㎜ 이하면 터질 확률이 연간 0.4 ~ 0.5%지만 7㎜ 이상이면 확률이 1% 넘는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잘 터진다. 하지만 70세 이상은 아주 고위험군을 제외하고는 치료를 잘 권하지 않는 편이다. 40대 이상 환자들은 평생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치료를 많이 권유한다.”

―재발 가능성은.

“평생 살면서 한 번 뇌동맥류가 생긴 사람은 다른 곳에도 생길 수 있다. 그 확률은 2 ~ 3%다. 한번 생긴 뇌동맥류가 저절로 없어지진 않기 때문에 당장 수술해야 할 상황이 아니면 2 ~ 3년 간격으로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

―뇌동맥류 치료 발전을 위해 앞으로 연구할 분야는.

“우리나라 뇌동맥류 전체 유병률이 얼마인지, 비파열 뇌동맥류가 얼마나 잘 터지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 현재 데이터는 대부분 외국 것이다. 효과적인 치료법과 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기초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뇌동맥류 치료에도 표준진료지침이 만들어져야 한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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