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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흑룡(黑龍)의 해인 2012년, 정말 ‘용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12월19일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여야 대선주자들이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독보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되고 있다.

야권에선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박 위원장의 대세론에 맞서는 유력한 대안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안 원장이 아직 ‘장외 주자’일 뿐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정세균 전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도 잠룡의 반열에 올라 있다.

19일로 대선이 11개월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정치평론가와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며 주목하고 있는 유권자층이 있다. 기성 정치인과 정당, 정치행태를 극도로 싫어하면서 새로운 정치 실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투표할 의향이 있는 이른바 ‘행동하는 무당파 유권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여야의 이분법적 방법으로는 발견할 수 없다. 많은 정치 및 선거 전문가들은 이들이 2012년 ‘용의 얼굴’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 실존하는 ‘행동하는 무당파’=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아산정책연구원-YTN-한국리서치가 서울시장 투표를 마치고 나온 1194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 방식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33.1%가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는 35.8%,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지지자는 21.4%였고 나머지 정당 지지자가 9.7%였다. 기성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투표일이 임박해서야 지지 후보를 정하는 부동층에도 못 끼는 ‘순수 무당파층’, ‘투표 거부층’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투표를 마치고 나온 사람 3명 중 1명이 지지정당이 없다는 것은 이전의 선거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권자층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서울시장 보선이 있었던 10월26일은 공휴일이 아닌 평일이었다. 기성 정당과 정치인은 싫지만 새로운 정치인, 정치 세력을 밀어주기 위해서는 평일날 투표장에 찾아가는 수고도 감수하는 유권자층이 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민운동 출신으로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박원순(현 서울시장) 후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들 ‘행동하는 무당파’의 존재는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6~28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양자 대결을 전제로 선호하는 대선주자를 물은 결과 안철수 원장이 47.6%, 박근혜 위원장이 41.7%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반면 박 위원장과 손학규 전 대표와의 대결에선 박 위원장이 55.9%, 손 전 대표가 29.4%를 각각 얻었고, 박 위원장과 문재인 이사장의 대결에서도 박 위원장이 54.6%, 문 이사장이 33.3%를 각각 기록했다. 안 원장에 대한 지지가 다른 야권 대선주자에게는 완전히 옮아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타 기관의 조사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29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안철수 47.7%, 박근혜 42.6%)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박 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단 한 차례도 지는 것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조사에서 문 이사장이나 손 전 대표 등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은 어김없이 박 위원장에게 20%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2년의 캐스팅보트 = 전문가들은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20~30대가 이들 ‘행동하는 무당파’층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세대의 특성상 기성 정치는 싫어하지만 정치에 전혀 무관심한 것은 아니며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통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고 어느 후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2012년 대권의 주인공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야권 지지층이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들 ‘행동하는 무당파’층은 보다 포괄적으로 새로운 정치를 강하게 열망하는 층”이라며 “현재는 이들의 욕구가 안 원장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만나 강하게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안 원장이라는 매력적인 카드가 살아있는 한 이들은 계속 꿈틀거리는 형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안 원장이 등판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분출은 지금보다 약화될 수 있고, 일부는 기존 대선주자중 좀 더 나은 후보를 차선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능구 e윈컴 대표는 “‘행동하는 무당파’ 또는 ‘행동하는 중도층’은 이 당이고 저 당이고 다 싫다는 사람들이고 결국 기존 정당과 정치 세력에는 별 관심이 없는 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안 원장은 정치에 들어오더라도 기존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모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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