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원고지 50장 분량의 작품이 260여편.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며 응모하기까지 얼마나 고심했을지 충분히 짐작한다. 그럼에도 심사가 꽤 난감했음을 고백해야겠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서라기보다 응모작을 다 검토했음에도 본심에서 논할 결과가 너무 빈약해서였고, 마치 한 교실에서 나온 답안지처럼 고만고만하게 모양만 갖췄을 뿐 작가의 결이 분명한 작품을 찾을 수가 없어서였다. 아이다운 삶과 목소리는 실종됐고 동화 혹은 아이들 세계를 보호구역쯤으로 여기는 시각도 여전했다.

게임 중독이나 성적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띄게 준 대신 다문화 가정과 이주 노동자 문제, 반려 동물(특히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꽤 많았는데 나름의 탐구방식이 아닌 이미 여러 매체에서 제시한 바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고민 끝에 ‘키 크는 이불’, ‘옴살마을 사람들’, ‘승리초등학교 5학년 2반 이기자 여사님’을 본심에 올려 꼼꼼하게 검토하였다.

‘키 크는 이불’은 분열된 두 가정의 아이들이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의 과정을 ‘이불’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독특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었으나 모성 부재라는 문제를 너무 쉽게 처리해 버려서 안타까웠다. ‘옴살마을 사람들’은 구성의 안정감이 좋았으나 도식적인 결말과 생동감 없는 인물에 아쉬움이 남는다.

당선작으로 ‘승리초등학교 5학년 2반 이기자 여사님’을 올린 것은 어린이 작문에 따른 부조리를 정면으로 다룬 의도 때문이었다. 작문 능력이 개인의 즐거움보다 입시 스펙의 경쟁력으로 이용되는 부조리를 짚어 내어 전복을 시도한 통쾌함도 있었다. 명쾌하고 서늘한 시각을 지닌 이 작가의 약진을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김서정·황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