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논설실장

이토록 지독한 권력의 탐욕을 지켜보자면 글쓰기로 대한민국 정치를 변혁(變革)하겠다는 게 얼마나 무기력한 욕심인지, 그야말로 환멸에 빠져 잠시 멈추다가 그래도…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글을 쓴다. 권력의 힘으로 닫아놓은 맨홀 뚜껑이 임기말 권력이 약해지자 내부 압력에 못이겨 세상 밖으로 폭발해 쏟아 놓는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친인척들의 악취와 쓰레기 기둥들. ‘영일대군(大君)’ 친형 이상득. 이런 글을 통해 그토록 정계은퇴하라고 촉구했건만. 보좌관이 8억원 받고, 의원실이 집단적으로 돈세탁 했다? 믿을 걸 믿으라고 해야지! 믿을 걸! 대통령 친형의 비서이면 제 ‘주인’ 뜻 상관없이 SLS그룹한테서 돈 챙기고 돈세탁? 처사촌오빠와 손윗동서의 저축은(銀) 로비 연루! 친형·처사촌·손윗동서, 하나같이 70대 나이에 0.01%에 들어가는 부자들. 그것도 모자라서? 그래도 굶주린 ‘무엇’을 채운 탐욕. 이 어찌 카를 마르크스가 갈파한 ‘철학의 빈곤(poverty of philosophy)’이 아니란 말인가? 철학과 가치의 빈곤, 풍요 속의 정신적 빈곤, 영혼의 빈곤!

규정한다. MB가 책임져야 한다고. 처사촌오빠, 손윗동서가 그런 직책 갖고 있는지 몰랐다? 이상득은 더 말할 것 없고. 친인척 관리한 청와대 민정수석은 도대체 무엇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으로 직행시켰는가! 알아서 설거지하라고. MB가 민심의 분노에 답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백번 재창당한다 해도 내년 총·대선에서 표로 답하고 나올 것! MB는 검찰 수사 뒤에 또 숨으려 하지 말고 빨리 기자회견이나 대국민담화를 통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라! 지금 정권이 넘어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 13일 후보 예비등록이 시작됐지만 한나라당 출마 희망자들 중 아직도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왜? 한나라당 이름 박힌 명함 주면 유권자들이 그냥 땅바닥에 던져버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MB가 그냥 넘어간다? 박근혜, 지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만반의 각오를 해놓아야 한다. 통합(統合)의 기치!-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빅 텐트(Big Tent)’를 치고 범(汎)여권 세력과 보수·우파 시민세력을 끌어안는 정치력을 보여가면서도, 동시에 쇄신(刷新)의 기치! 권력의 타락과 탐욕에 대해선 정말 정권을 잡지않아도 좋다는 정도의 각오가 시퍼렇게 느껴질 만큼 민심의 분노를 가슴 속까지 꺼줘야 한다. 부패 문제에 대해선 오직 민심만 외통수로 봐라! MB 정권의 부패상이 튕겨 나오는 것,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1992년 8월, 민자당 대통령 예비후보 김영삼 대(對) 대통령 노태우-지금, 박근혜 대 MB가 처한 구도는 상당히 비슷하다. 노태우 정권에 대한 민심은 바닥이어서 YS의 집권 가능성은 상당히 회의적. 이런 상황에서 노태우는 사돈 기업에 황금 알을 낳는다는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준다. YS가 민자당 총재로 선출될 전당대회가 열리기 불과 8일 전. 노태우의 최대 계보인 민정계를 끌어안으려면 눈 딱 감고 가야 했다. YS는 민심의 분노를 읽는다. 사돈 기업이 전당대회 전에 사업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어 전당대회장에서 총재 수락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노태우를 향해 치명타! “지도자의 도덕성은 건강한 사회와 건강한 나라의 기본이다. 도덕정치를 최고의 가치로 삼으려 한다.” 노태우는 20일 후인 9월18일 돌연 중립내각을 선언하고 집권당을 탈당해버렸고, YS는 대선에서 승리한다. 비록 YS도 임기중 이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지만.

정치는 기본적으로 ‘가치 지향적(價値指向的)’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불타는 집으로 뛰어들어가 사람을 구하고, 전장에서 죽기도 하는 이유는 인간이 가치 지향적이기 때문! 자본주의의 승리를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사람들은 단순히 ‘지갑’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에 따라 중요한 선택을 한다.” 한나라당의 대변혁이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은 천민(賤民) 자본주의와의 결별이다. 보수·우파로서의 ‘영혼’이 확실한 세력으로 재탄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