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회사원 고모(35)씨는 최근 차량용 블랙박스를 구입해 사용하던 중 녹화가 끊기는 등 하자를 발견해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자가 수리를 완료한 뒤 다시 장착하는 데 별도의 추가 비용이 든다며 차량의 장착을 거부하고 있다. 고씨는 “제품의 문제를 수리하고 추가로 장착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접수했다.

김모(여·29)씨는 올해 6월 상대 차량이 갑자기 자신의 차선을 침범해 추돌 사고를 당했다. 한 달 전 구입한 블랙박스에 추돌사고 당시 가해자를 입증하는 화면이 녹화돼 있을 것이라 안심하고 있던 김씨는 블랙박스 화면이 녹화되지 않아 본인 과실 비율이 적음을 입증하지 못해 자차 수리비를 부담하는 손해를 입었다.

올해 들어 차량용 블랙박스와 관련한 소비자의 불만과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문화일보 9월29일자 16면 참조)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1372 소비자 상담센터로 접수된 블랙박스 관련 소비자 불만 사례는 3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7건에 비해 63.5% 늘었다. 피해구제 접수건수도 지난해 20건에서 올해 47건으로 135.0%나 증가했다.

이처럼 차량용 블랙박스의 소비자 불만 사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며 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여전히 노상이나 주차장 등의 장소에서 무료 장착이나 휴대전화 요금 대납 등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판매 행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반품이나 청약 철회를 요구할 경우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피해구제 47건을 유형별로 분석하면 품질이나 A/S 관련 피해가 29건(61.7%)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 관련 피해(12건), 부당 행위(4건) 등이 뒤를 이었다. 품질 관련 피해의 상당수가 방문판매로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의 제품을 판 뒤 사업자가 연락을 끊어버려 수리가 안 되는 경우였다. 방문판매로 인한 피해 사례는 지난해 4건에서 올해 16건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은 “블랙박스 피해를 줄이려면 세부 계약 내용이 명기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며 “블랙박스를 일단 차량에 장착하게 되면 청약철회가 안 될 수 있는 만큼 제품 구입과 장착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