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논설실장

군주(君主)가 사리(私利)를 챙기는 소심함을 보일 때 국민으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된다.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가 통렬하게 남겨놓은 군주의 처세학 아닌가! 노무현의 재임 5년을 리뷰해보자면 그가 퇴임 후 비극적 종말을 자초하게 된 첫번째 요인은 대통령 임기 60개월 중 4분의 1이 남은 5년 전 꼭 이맘때, 퇴임 후 돌아가 살 ‘노무현 캐슬’을 민심의 원성 속에서도 끝내 짓고야 만 것.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더니 또 수도권 일원에서 부지를 물색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상념이 머릿속에 몰아친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라스트 신’이 결정짓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쿠데타에 의해 정권을 빼앗긴 장면 정권의 제4대 대통령 해위(海葦) 윤보선.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종묘사직(宗廟社稷)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굴욕과 수치를 이겨냈는지, 역사의 현장에서 끄집어낸다. 윤보선은 군정(軍政) 속에서 무려 10개월을 청와대에서 지냈다. 대통령 윤보선도 장면 총리가 5·16 후 물러난 다음날인 5월19일 하야성명을 발표한다. 그러나 결국 번의(飜意)할 수밖에! 왜? 당시 외무부 차관 김용식의 설득, “현재로선 대한민국의 유일한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공석이 되면 우리의 대외관계는 법적으로 중단된다. 혁명정부는 외국과 하나하나 관계를 다시 맺지 않으면 안된다. 북괴의 남침이 언제 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이건 위험천만한 상황이 아닌가?” 주 한 미국대사도 한미관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만류한다. ‘자연인 윤보선’에겐 가혹한 요구였지만 10개월 후 군정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1962년 3월22일 하야성명을 다시 발표하고 성경책이 든 조그만 회색 보스턴 가방 하나만 들고 청와대 정문을 나선다. 이 어찌 감동적인 ‘라스트 신’이 아닌가. 윤보선은 그 후 박 대통령과 맞서 싸운 민주화의 상징으로 재탄생한다.

권좌를 물려줄 수밖에 없는 임기말 대통령.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권력 누수로 치욕의 자리! 노무현은 봉하마을에서 이런 기록을 남겼다. “대통령이 되려고 한 것이 가장 큰 오류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준비된 조직적 세력도 없이 정권을 잡았고…정치를 안했으면 꽤 괜찮은 지식인으로 살았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정치하지 마라!’이다” 노무현의 이런 회고도 있다. “산다는 것이 뭘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뒤로 돌아서 다시 하나, 둘…‘빠삐용’이라는 영화에서 본 장면이 생각난다. 기자들 때문에 마당에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퇴임 닷새 전 기자들에게 “재임 5년 동안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고뇌의 시간은 아주 길었다. 제 일생에서 가장 영욕이 크게 점철된 시기”라고 한탄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참으로 고독한 자리다. 낮엔 행사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다녀가지만 저녁 때면 집사람과 딱 두 사람만 남는다. 그런 얘기 그만하죠.” 바로 MB의 지금 심경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한나라당은 또 치명타-10·26 서울시장 보선 때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후보의 인터넷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한 것으로 드러난 전대미문의 사건 한방에! 구제불능? 정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지금 박근혜와 안철수가 1 대 1로 대선 치르면 3 대 5로 여론조사가 나온다. 여기에 종북·반미세력의 총궐기! MB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법치로 정면돌파하라! 내년 총·대선 때 어떤 국가적 혼란과 시련이 올지 모른다. 김정일이 틀림없이 또 도발할 것! 왜? 종북세력의 국회 장악과 종북대통령의 탄생을 노리고 있다. 남북관계를 잘 관리하되, 절대 정상회담에 미련 갖지 말아야 한다. 만약 다음 대통령 후보를 MB 자신이 결정해 퇴임 후 정치보복을 피해보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그것도 버려야 한다. 전두환은 노태우에게 정권을 이양한 뒤 장담한다.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형제보다 더 가까운 관계다. 내가 아는 노태우는 대권이 아니라 천하 없는 것을 잡아도 변할 수 없는 사람이야.” 퇴임 후 ‘운명’은 준비한다고 바꿔지는 게 아니다. MB는 웅장한 ‘라스트 신’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