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공신력(公信力)이 한참 떨어지는 고용지표에만 여전히 집착하며 대한민국의 체제 안정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청년실업대란(大亂)에 어떤 쇄신의 메스도 가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11일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사이 체감실업률은 8.0%에 달했다. 정부가 발표한 같은 기간 공식 실업률 3.6%보다 무려 4.4%포인트 높았다. 청년세대(15~29세)의 체감실업률도 무려 11.3%로, 정부의 6.9%와 심각할 정도의 간극을 드러냈다. 공식 실업률 집계에는 구직단념자를 비롯해 일정 기간 입사시험을 준비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도 모두 제외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취업자가 50만명 이상이라는 보고를 받은 뒤 ‘고용대박’ 이라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깜깜히 모르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심각한 청년 고용난에 대한민국이 요동치고 있는데도 정부가 얼마나 안이하고 무책임하게 접근하는지를 보여줬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 20대가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겪는 실업의 고통은 처절하다. 이구백(20대 90%는 백수), 메뚜기 인턴(인턴만 옮겨다니는 젊은 세대), 취집(취업 대신 시집), 삼초땡(30대초 퇴직), 동태(한겨울에 명퇴),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자) 등 자조적인 신조어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 됐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14일 20~40대를 가리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세대’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의 표심이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69.3%로, 나경원 후보 30.1%의 배를 넘게 된 배경이다. 이런 현상을 확인하고서도 정부는 그 흔한 대책회의 한번 열었다는 소식도 없다.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 취업을 늘리겠다며 도입한 ‘청년 인턴제’가 형식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사실도 청년백수대란에 대한 안이한 대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공공기관 대부분이 채용을 위한 면접과 시험을 외주업체에 맡겨 청년층 채용은 시늉내기나 실적쌓기에만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어렵게 들어간 청년인턴들도 조직 내 ‘뜨내기’ 취급을 당하다가 회사를 나가기 일쑤라고 한다.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하고, 공공기관 역시 청년인턴 채용으로 경영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 데에만 군침을 흘린 결과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이 2003~2007년 채용된 청년 616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6.4%인 3477명이 친구·친척·가족 등 인맥(人脈) 덕분에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세대가 더 절망하는 이유다.

청년실업대란은 당사자인 청년은 물론 각 가정(家庭)의 문제를 넘어 체제의 문제로 비화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는 청년실업대란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유지라는 차원에서 심각히 접근해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청년실업 문제를 체제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칫 ‘핵폭탄’이 되기 전에 정부부터 발상의 패러다임을 가히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