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역사민속박물관 소장 광개토대왕비 원석탁본. 10여종의 광개토대왕비 원석탁본 중 가장 훌륭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광개토대왕비 원석탁본(原石拓本) 등 대표적인 국보급 한국 고대 문자자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10월5일부터 열리는 특별전 ‘문자, 그 이후:한국고대문자전’을 통해 ‘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19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126호), ‘연가7년명 금동불상(국보119호)’, ‘진솔선예백장 인장(보물560호)’과 같은 국보급문자자료는 물론, 국내 최초로 ‘광개토대왕비 원석탁본’과 정창원(正倉院) 문서 등을 공개한다.

고대인의 생활상과 마음속까지 헤아려볼 수 있는 본격적 문자자료 전시로, 총 전시품 500여점에 달하는 이번 전시는 국내 문자 자료전 사상 최대 규모다.

오는 11월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역사민속박물관 소장 광개토왕비 원석탁본이다. 원석탁본은 석회가 발라지기 이전에 뜬 탁본으로 5세기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밝히는 데 중요한 1차 자료인 광개토대왕비의 원모습을 전해주는 1급자료다. 지금까지 10여종의 원석탁본이 알려져 있으며, 이번에 전시되는 원석탁본은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앙박물관은 이밖에 신라 호적의 영향을 받아 제작됐다고 일컬어지는 미노국(御野國) 호적 등 일본 정창원 문서(복제 포함)도 2주마다 교체하며 모두 2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발해를 기록한 다가죠(多賀城)비, 왕인(王仁) 박사가 천자문을 일본에 전했다는 내용을 기록한 ‘고사기(古事記)’ 등 일본 고대 자료도 비교·전시된다. 아울러 설총이 정리한 이두, 향찰, 각필 자료와 함께 최치원의 사산비(四山碑) 등 신라명필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은 문자자료의 수용과 발전 과정을 통치·생활·사상의 세가지 측면에서 조명한다. 특히 생활 속의 문자에 대해서는 전시자료를 통해 신라 궁중에서 먹은 가오리, 돼지, 사슴과 노루, 간장 등 음식과 젓갈과 같은 요리, 그리고 보리, 쌀, 피와 같은 곡물 등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거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튼튼한 품종의 벼, 적미(赤米)를 개발해 식량 문제를 고민한 백제사람들의 지혜가 엿보이며, 건강을 위해 감초나 대황 등 약재와 처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글자 연습에 나날을 보내던 하급 관리의 낙서나, “돈이 없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다”는 한탄, 죽은 가족이 극락에서 왕생하기를 비는 가족들의 바람, 가뭄에 비를 애타게 기다리며 용왕(龍王)에 기도하던 절박한 심정까지 옛사람들의 내면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7세기 백제의 목간(木簡)에 따르면 당시 이자율은 무려 5할이나 되는 고리대였다. 신라촌락문서에서는, 뽕나무를 심고, 삼밭을 일구며 소와 말을 키우던 농촌 백성 생활상과, 신라 문서 발견 과정을 통해 폐기된 문서를 포장지 등으로 재활용한 알뜰살뜰한 당시 살림살이를 알 수 있다. 경주 능지탑 출토 소조불(흙을 구워 만든 불상)의 ‘膝(슬·무릎)’, ‘股(고·넓적다리)’같은 표시나, 건축물 벽돌의 위치 표시 등을 통해서는 당시 사람들의 꼼꼼한 계획성을 살필 수 있다.

이와 함께 문자 수용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던 낙랑지역의 봉니(封泥)와 인장 등이 공개된다. 경주 석가탑 출토 먹, 부여 관북리 출토 자료는 물론 안압지에서 출토된 종이자료 등 희귀자료와 여러 종류의 벼루 등 삼국 사람들의 문방구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이미지 크게보기 고사기(古事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