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62)씨는 지난 2008년 구매한 돌침대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박씨는 당시 돌침대 중 소위 ‘명품’으로 꼽히는 장수돌침대를 공장도 가격에 판매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100만원을 주고 1인용 돌침대를 구매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샀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문제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이사 때문에 설치돼 있던 돌침대를 옮기려고 품질보증서에 나와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에 인터넷을 통해 찾은 장수돌침대의 고객센터를 통해 알아본 결과 박씨가 구매했던 장수돌침대의 품질보증서에는 품번이 없었다. 심지어 모델명과 돌침대에 들어간 원석(原石)의 이름조차 표시돼 있지 않았다. 유사업체의 유사 상품을 샀던 것이다.

결국 박씨는 업체 측으로부터 “자신들의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후 온도를 조절하는 뚜껑이 파손됐지만 수리도 받지 못했다. 박씨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소위 ‘장수돌침대’의 가격과 외형이 비슷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것이 진짜인지 가려내기 어려운 것 같다”며 “장수돌침대의 이름을 믿고 샀는데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이모(61)씨도 장수돌침대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가 혼란을 겪었다. 이씨는 “포털 사이트 제품검색을 통해 본 제품만 수백 가지인데 어느 것이 진짜 장수돌침대인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돌침대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부터 명품으로 꼽히는 장수돌침대 상호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어 소비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이 원조 ‘장수돌침대’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불량 제품을 버젓이 판매하거나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커지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수리를 요청하거나 제품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만 한 달에 평균 1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법원에서도 장수돌침대에 대한 엇갈린 소송 결과가 나올 정도다 보니 결국 당분간 소비자들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장수돌침대’임을 자처하는 기업만 수백 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하는 것은 돌침대가 틀을 만들고 부목을 댄 후 보료를 얹고 압축기를 이용하여 석재를 올려놓는 제조과정이 상대적으로 쉬워 진입 장벽이 낮고 제품 특성상 크기와 재질,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포털 사이트에서 ‘장수돌침대’라는 이름으로 검색한 결과 장수산업, 주식회사 장수돌침대, 장수구들옥돌침대가 함께 나란히 검색됐다. 이들 업체 모두 장수돌침대를 생산하며 서로 자신들이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수산업의 장수돌침대는 지난 2009년 돌침대 상표인지도 조사에서 90%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진짜 장수돌침대는 별이 다섯개’라며 원조임을 밝히고 있다. 장수산업은 상표권 보호를 위해 법정 다툼도 수차례 벌일 정도로 ‘장수돌침대’ 원조임을 자처하고 있다.

주식회사 장수돌침대는 올해 7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이노비즈 인증을 받은 기업으로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회사 장수돌침대 관계자도 “장수돌침대라는 명칭의 유래는 돌침대가 몸에 좋아 계속 사용하면 장수한다는 의미여서 ‘장수’라는 명칭은 특정업체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며 “돌침대를 만들 때 창호지로 마감을 하고 옻칠을 하는 고급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구들옥돌침대는 특허청이 교부한 서비스표와 상표등록증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돌침대 원조였으나 창업자가 상표관리를 잘하지 못해 원조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장수구들옥돌침대 관계자는 “상표를 처음으로 등록했지만 이후 상표관리를 잘못했다”며 “타사 돌침대와는 달리 2개의 열선을 배치하고 선두업체로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타사의 돌침대 제품도 사후수리(AS)를 해주는 등 품질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법적인 분쟁이 수차례 있었지만 원조 장수돌침대를 놓고 벌이는 업체들 간의 싸움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디가 원조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지나치게 싼 가격이나 과장 광고에 속지 말고 직접 제품과 제조사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게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노기섭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