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서울시장 등을 새로 뽑는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민심 잡기에 고심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부터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표명과 행동을 해 온 인터넷 공간이 각종 선거와 주민투표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면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2008년 촛불 정국 이후 일부 취미 동호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인터넷 여론 형성에 거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요리 카페 ‘82쿡닷컴’, SLR카메라 동호인들이 모인 ‘에스엘알클럽’, 메이저리그 등 야구 애호가들이 모인 ‘엠엘비파크’, DVD 애호가들이 모인 ‘디브이디프라임’ 등이 네티즌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사이트로 정치권은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트들에는 정치 현안 토론 게시판이 개설돼 있고 용산참사, 미디어법 통과,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문제 등 주요 사안이 있을 때는 카페 회원들이 집회에 참석하는 등 직접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 올해 ‘4·27 재·보궐선거’, ‘8·24 주민투표’ 등 선거와 투표에서도 이들 사이트의 위력이 발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8월24일 주민투표 때 이들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며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의 여론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네티즌 민심을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가 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인터넷 민심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은 최근 유비쿼터스위원회를 인터넷소통위원회로 개편하고 네티즌들의 요구를 정책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소통위원장은 “결국 네티즌의 민심을 잡는 것은 이들의 요구를 적극 정책화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재·보선과 주민투표에서 고전한 한나라당도 인터넷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은 ‘와글와글’(가칭)이라는 SNS 활성화 모임을 만들고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또한 최근 디지털정당위원회 구성원을 늘리는 등 잇달아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김병채·김하나기자 haasskim@munhwa.com